이재명 대통령이 2일 “도덕과 정의 등 숭고한 가치를 내걸지만 실제에서는 이중잣대로 타인에게만 가혹한 모습을 보인다”며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근 다문화 가정 우대 정책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자신을 “혐오 정치” “갈라치기”라며 비난하는 진보 진영 일부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정치적 올바름이 오늘날 대중의 반발과 피로감에 부딪힌 이유는 그 지향가치 자체가 아니라 이를 주창하는 태도에 내재된 언행 불일치와 내로남불에 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말과 주장은 화려한데 정작 행동은 반대이거나 자신과 자기 진영의 결점과 부정에는 관대하면서 타인이나 상대 진영에 대해서는 가혹한 이중 행태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이를 진정한 윤리가 아닌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을 정권 기치로 내건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위선과 이중잣대는 내세우는 그 어떤 대의명분도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며 “가장 부정의했던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니 정의나 정의사회라는 말 자체가 오염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군사정권 시절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SNS 정치’ 수위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여권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논쟁적 사안에까지 공세적으로 관여하면서 정작 필요한 정부의 정책 아젠다가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적 판단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라기보다는 입씨름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까지 SNS를 통해 실시간 대응하면서 정치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폭풍 SNS’가 되레 이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공간의 메아리에 갇혀 스스로 고립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참담한 징후”라고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