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후폭풍…카카오모빌리티 놓고 카카오·PEF 국제 분쟁

입력 2026-11-01 17:37
중복상장 규제가 카카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사이 국제 분쟁으로 번졌다. 중복상장 규제는 상장 모회사의 일반 주주 보호를 목적으로 자회사 등의 기업공개(IPO)를 제한하는 제도다. 중복상장 규제 이후 상장을 전제로 투자한 투자자와 대주주 사이 법적 갈등으로 비화한 첫 사례여서 투자은행(IB)업계는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인 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지난달 30일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최대주주인 카카오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중복상장 규제를 의식하는 대주주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재무적투자자(FI)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부딪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이사회는 지난 9월 22일 TPG 보유 지분(지분율 약 27%)을 기초로 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안에 반대 결의했다. 이에 해외 기관투자가가 발을 빼며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은 무산됐다.

카카오는 자회사 상장 전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카카오는 공시에서 “TPG 보유 주식만 현금화하는 구조여서 카카오의 일반 주주 이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TPG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구주만 상장하는 방식이어서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이 낮아지지 않아 주주 피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TPG에는 풋옵션(대주주에게 지분을 되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 없다. 그 대신 주주 간 계약에 IPO 등으로 지분을 팔 때 다른 주주보다 먼저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PG는 모회사 주주 피해가 없는 구주 상장에까지 카카오가 반대해 이 약정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SK㈜가 상장 기한을 앞둔 SK에코플랜트 FI에 원금과 이자 1조500억원을 돌려준 것과 달리 마땅한 출구도 없는 것이다.

업계에선 모호한 가이드라인이 분쟁을 불렀다고 봤다. 가이드라인은 모회사가 자회사 등의 해외 상장 찬반을 결의해 공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모회사의 반대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불분명한데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거부권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