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상사에게 감봉 처분을 내린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 A씨가 구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 10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4년 9월 업무보고를 받던 중 팀 소속 직원에게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근태에 문제가 없는 직원에게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라고 말했다. 또 연가를 사용하려는 직원에게 "(자녀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이 같은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A씨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징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감봉 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줄였다. 변경 처분에도 A씨는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의 발언은 부하 직원의 업무 관리 차원이었으며 직무상 권한·재량 범위 안에 있고 일상적인 대화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객관적인 사실조사와 충분한 의견 청취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소명의 기회도 부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단순한 업무 지시나 일상적인 대화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상급자의 발언으로 직원이 부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직원의 정당한 연가 사용을 어렵게 하고 업무와 관계없는 사생활에까지 간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회성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자신의 지위와 경력을 고려할 때 발언이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중과실을 인정했다.
징계 절차가 잘못됐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징계 심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소청심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에 A씨가 승복하면서 판결은 지난달 30일 확정됐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