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용 약물 두 번 맞고도 살아났다…50대 女 '기막힌 생존'

입력 2026-10-31 21:40
수정 2026-10-31 21:46
미국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여성 사형수가 당시 겪은 극심한 고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의 여성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는 변호인들에게 구술한 성명을 통해 "깨어보니 끔찍한 통증과 혼란뿐이었다"고 밝혔다.

파이크는 지난 9월 30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았지만 사망하지 않았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약 일주일이 지난 이달 6일 의식을 되찾았다.

파이크는 "며칠 뒤 병원 응급실에서 홀로 깨어났고 몸 전체와 손, 목구멍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며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에도 고통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크는 사형 집행 당시 자신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5년 발생한 범행에 대해 죽을 준비를 마친 상태로 사형장에 들어갔고, 마음의 평정을 찾은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날(사형 집행일) 밤 이후의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피해자 가족이 겪은 끔찍한 고통과 상실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남자친구 등과 함께 19세 여성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파이크는 슬레머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살해 이후에는 피해자의 두개골 조각 일부를 기념으로 가져간 사실도 드러났다.

약 30년간 수감생활을 이어온 파이크는 지난달 사형 집행 과정에서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았음에도 살아남았다. 이후 팔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등 투여된 약물이 혈관 밖 조직으로 새어 나가는 '정맥 외 유출'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네시주 사형 집행 규정에는 첫 번째 약물 투여로 사망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용량을 투여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두 번째 투여에도 사형수가 생존했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사형 집행 실패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하고 올해 말까지 사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파이크의 형량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는 변호인단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