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560명 목숨 앗아간 산불 연기…인니 5780만명 '위험한 공기'

입력 2026-10-31 12:02

11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번진 인도네시아 산불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산불 연기로 인한 초미세먼지(PM2.5) 노출로 3560명이 조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건강에 해롭거나 위험한 수준의 공기에 노출된 인구는 5780만명에 달했다.

3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헬싱키 소재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인도네시아 산불에서 발생한 유독성 연기로 지난 9월 35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8월 추정치 17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는 의료기관에서 확인한 실제 사망자 수가 아니라 단기간의 초미세먼지 노출과 지역별 기초 사망률 등을 토대로 계산한 추정치다. CREA는 위성 기반 대기오염 자료를 인도네시아 내 지상 관측소 측정치로 보정한 뒤 초미세먼지 농도와 사망 위험의 관계를 적용했다.

산불과 무관한 발전·산업·교통 부문의 대기오염까지 합치면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대기오염 관련 사망자는 5310명으로 추산됐다. 8월 3740명보다 42%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산불 연기로 인한 사망자가 약 67%를 차지했다.

피해는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 집중됐다.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4개 주에서는 대기오염 관련 사망자의 94∼99%가 산불 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수마트라섬 여러 지역에서도 산불 연기가 전체 대기오염 사망자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서는 발전소와 산업시설, 자동차 배기가스, 폐기물 소각 등 일상적인 오염원이 더 큰 피해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자바섬의 대기오염 관련 사망자 가운데 73∼80%가 산불 이외의 오염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초미세먼지 농도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9월 인도네시아의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은 세계보건기구(WHO) 연간 권고 기준의 7배를 웃돌았다. 수마트라섬에서는 10배, 칼리만탄에서는 24배까지 치솟았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하거나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심혈관 질환과 암, 조기 사망 위험이 커진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이 집계한 급성 호흡기 감염 환자는 33만명을 넘어섰다.

산불 피해 지역도 빠르게 늘었다. 산림 파괴 감시 플랫폼 누산타라 아틀라스가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화재의 영향을 받은 면적은 약 191만7000㏊였다. 서울 면적의 약 32배에 해당한다.

다만 이 수치는 해당 지역의 식생이 모두 완전히 불탔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산타라 아틀라스는 일부 식생이 살아남거나 회복할 수 있어 '소실 면적'이 아닌 '화재 영향 면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기와 구름이 위성 관측을 방해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영향 면적은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올해 1∼9월 화재 영향 면적은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2019년보다 38% 많았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9월 한 달 동안 새로 확인됐다. 팜유 농장 허가구역과 겹치는 면적은 약 20만2000㏊, 광산 허가구역은 16만2500㏊, 펄프용 조림지 허가구역은 11만8000㏊로 분석됐다. 다만 각 구역이 중복될 수 있어 수치를 단순 합산할 수는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진화와 인공강우 작업에 7만2000명 이상을 투입했다. 의료진과 보건 인력 2100명을 피해 지역에 배치하고 마스크 530만개를 나눠줬다. 하지만 정부는 산불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하지 않고 있다.

산불 연기는 국경도 넘어섰다. 짙은 연무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동티모르까지 번지면서 대기질을 악화시켰다.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도 지난 8월11일 이후 항공편 2604편이 산불의 영향을 받았고, 이 가운데 1400편 이상이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