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쓸 새도 없이 당했다"…하루 만에 25% 폭락한 인기 종목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입력 2026-10-31 17:00
수정 2026-10-31 18:17


10월 한 달 간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종목은 SOXL입니다.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반등에 베팅한 돈이 몰렸던 이 상품은 30일(미국 동부시간) 하루 만에 24.75% 폭락했습니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2%, 나스닥지수는 2.86%, S&P500지수는 1.82% 하락했습니다. 앞서 코스피도 3.5% 급락한 뒤였습니다.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것은 인텔이었습니다. 메모리 부족과 가격 급등에 따른 PC 수요 부진, 첨단 패키지기판 부족에 따른 서버 CPU 공급 부족을 경고한 인텔은 이날 주가가 28.6% 무너졌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낙폭입니다. 전날 하루 만에 시총이 5000억달러 증발한 알파벳, 5배 넘게 불어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보고한 아마존에 이어 '블랙 프라이데이'가 펼쳐졌습니다.

믿었던 빅테크 실적이 AI 투자의 지속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심을 다시 불러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이 정도로 낙폭을 키운 건 펀더멘털만이 아니었습니다. 주가가 빠질 때마다 몰려든 레버리지 ETF가 쏟아낸 기계적 매도가 본주를 더 끌어내리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장면이 또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한국에서 벌어진 급락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월가가 반등을 기대하며 지켜보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다시 불거진 의심 '투자 회수는 언제'실망스러웠던 빅테크 실적에서 이번에도 AI 수요가 꺾였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03%,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는 48% 늘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도 39% 늘어 5년 만에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AWS는 2028년 용량까지 상당분이 완판됐다며 2027~2028년 성장률도 각각 '40% 이상'으로 제시해 월가 컨센서스(각 35%, 3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JP모건은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2028년 상반기가 되면 현재 알파벳 매출 1위인 검색 사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수요와 제품의 경쟁력, 그리고 전반에 걸쳐 높이고 있는 효율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투자 수익에 대해 지금보다 더 큰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수요를 매출과 현금으로 바꾸기까지의 시차입니다. 설비투자는 먼저 집행해야 하지만 전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투자가 커질수록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한 자금도 늘어납니다.

아마존은 최근 12개월 FCF 적자가 76억달러(2분기 기준)에서 424억달러로 5.6배 불었습니다. 유일하게 FCF 흑자를 지킨 MS도 FCF가 1년 새 27% 줄었습니다. 본업의 현금 유입보다 설비투자 지출이 커진 기업이 늘면서 외부 자금 조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알파벳 주가 급락의 주범도 시장 예상보다 나빠진 FCF(-91억달러)였습니다. 여기에 AI에 힘을 실을수록 최대 캐시카우인 검색 사업이 위협받는 역설까지 겹쳤습니다. 구글 검색 매출 증가율은 2분기 17%에서 12%로 둔화해 낮아진 눈높이(13.5%)에도 못 미쳤고, 회사도 'AI 모드'의 광고 수익화 수준이 기존 검색보다 낮다고 인정했습니다.

FCF 악화는 텐서처리장치(TPU) 주문이 몰려 재고를 쌓는 과정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명에도 시장은 자비가 없었습니다. JP모건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면서 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에서 핵심 사업 실적까지 실망스럽게 내놓으면 시장이 허용할 수 있는 오차 범위는 매우 좁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돈줄이 빡빡해지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픈AI는 일부 투자자들이 약정액을 줄이자 투자 유치 목표를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기업가치 목표를 1조4000억달러에서 1조2500억달러로 낮췄습니다. 블랙스톤은 앤트로픽이 상장 후 투기등급 상단(BB등급대) 신용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습니다. 2027년 전에 투자적격 등급(BBB-)을 받을 것이라던 기존 전망에서 눈높이를 낮춘 겁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자금 조달 우려로 취약해진 기술주를 더 세게 흔든 것이 레버리지 ETF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OXL에는 이달 사상 최대인 70억달러가 몰렸습니다. 주가가 빠질 때마다 반도체 반등에 3배로 베팅한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집계 기준은 다르지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10월 SOXL 순매수액(결제 기준)도 29억6785만달러에 달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가 내린 날엔 더 팔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매일 장 마감 무렵 배율을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3배 ETF라면 지수가 7% 빠진 날 운용자산의 40%가 넘는 규모의 노출을 줄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물 매도나 스와프 거래 상대방의 헤지 조정이 발생해 하락장에 매도 압력을 더할 수 있습니다.

30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심지어 인텔은 주요 반도체 ETF에서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종목입니다. 티어원알파는 장중 "인텔 급락이 SOXL 리밸런싱을 거쳐 지수 전체로 매도를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 이날 장 마감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매도 물량은 반도체지수 관련 192억달러, 나스닥100 관련 146억달러 등으로 총 40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추정됩니다. 월가에선 이 물량이 본주 하락을 키우면서 일부 기술주 펀드도 큰 손실을 봤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이날 폭락 전부터 헤지펀드 손실과 위험 축소는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JP모건이 집계한 고객 데이터를 보면 헤지펀드는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3.3% 손실을 냈고, 롱숏 펀드의 시장 대비 성과도 2021년 초 이후 가장 나빴습니다. 스테노리서치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식 롱숏 헤지펀드의 총익스포저는 고점 대비 7.8% 줄었습니다. 2016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포지션 축소입니다. 같은 주식을 많이 보유한 투자자들이 동시에 위험을 줄이면 기업 가치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매도가 매도를 부를 수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이번 낙폭의 일부는 기업 가치가 아니라 포지션의 문제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날 동일가중 S&P500 ETF는 0.8% 하락에 그쳐 대형 기술주 영향이 큰 전체 지수보다 훨씬 덜 빠졌습니다. 심지어 10월 한 달로 보면 동일가중지수는 5% 가까이 올랐습니다.

주식시장 전체가 무너졌다기보다 한쪽으로 쏠렸던 돈이 빠져나오는 과정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정리되면 이런 매도 압력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도 이번 기술주 하락을 “전형적인 긴축의 고통이지만, 고용 감소나 신용 시장 위기가 없다면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조정 80~90% 왔다"...남은 관문 3가지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가 조정이 막바지라고 보는 근거도 비슷합니다. 그는 알파벳 실적 발표 이전인 지난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6월에 시작된 조정이 80~90% 진행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바닥 선언은 아니었습니다. 투자심리가 극단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동안 버텨온 대형주까지 흔들리는 '마지막 조정 구간'이 남았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26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1월 중순까지 10~15% 더 빠질 수 있고, S&P500 지지 구간은 7100~7200이라고 했습니다. 30일 종가(7580.07)보다 5~6% 낮은 수준입니다. 그 경고의 일부는 사흘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는 S&P500 연말 목표치 800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이 견조하고 금리도 하향 안정되고 있는 만큼 심리가 극단적으로 위축되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윌슨이 꼽은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는 이벤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중간선거 종료, 남은 AI 자금조달 물량 소화,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재무부의 '유동성 완화' 신호입니다.

그는 AI 기업들의 채권·주식 발행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이 야구로 치면 7~8회쯤 왔다고 봤습니다. 남은 조달 물량이 추가로 나오면 시장은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겠지만, 결국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진단입니다. 최근 메타가 보통주 225억달러를 증자하는 과정에서 5배에 달하는 초과 청약이 몰리며 발행 물량을 10% 증액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윌슨이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유동성입니다. 금리와 자금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신용시장 불안이 커지면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재무부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꺼낸 비교 대상은 2018년입니다. 당시 S&P500은 중간선거 뒤 크리스마스이브까지 15% 가까이 더 하락했지만, 이듬해 1월 Fed가 긴축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자 반등했습니다. 워시 의장도 지난 28일 “성장 엔진에 모래를 뿌려서는 안 된다”며 추가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윌슨은 이번에도 시장의 압력이 Fed나 재무부의 대응을 끌어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중간선거가 시장에 미칠 영향 많은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관문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입니다. 월가에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가는 '블루웨이브'가 나와도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미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예측시장에서 민주당의 하원 장악 확률은 90%대, 상원도 60%대 중반에 달합니다.

모건스탠리 정책팀은 "(야당이 중간선거를 승리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으려면 3분의 2 의석이 필요한데, 그 정도로 장악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관세, 감세, 규제 완화 등 이제까지 해온 정책 방향이 크게 뒤집히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시장의 우려가 집중된 AI 데이터센터 규제 역시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민주당이 승리해도 '전면 중단'은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미 최악을 반영한 시장에선 선거 종료 자체가 호재일 수 있습니다. 스콧 럽너 시타델증권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지난 22일 "기관 고객 대부분이 중간선거를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로 보고 매수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역사적 통계도 기대를 뒷받침합니다. 블랙록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중간선거 뒤 6개월간 S&P500의 평균 수익률(배당 포함)은 14.1%로 선거 없는 해(5.7%)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다만 역사는 역사일 뿐입니다. JP모건은 지난주 전망에서 "빅테크 실적이 좋게 나와야 선거 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이란 변수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걸프 국가들에 선거 뒤 짧고 강도 높은 군사작전에 대비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30일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피격 소식에 브렌트유 최근월물이 배럴당 117.6달러로 올해 최고 수준에 다가섰습니다. 유가가 다시 뛰면 물가 부담과 추가 긴축 경계가 커져 AI 투자기업의 자금 부담을 다시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동이 안정을 찾으면 유가의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며 시장이 가장 기다리던 '클리어링(불확실성 해소) 이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추가 하락 있을 수 있다"...반등 체크포인트 국내 증권가에서도 반전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1일 국내 신용매매 부담이 줄고 미국 금리가 안정되는 점 등을 들어 “11월은 사는 달”이라고 봤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엔비디아 실적, 앤트로픽 상장, 12월 중신 텍사스 전력망 심사 종료 등의 일정도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대 공포는 거의 나왔고, 하락장의 끝은 다 와간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역시 "메모리 값이 수요를 더 깎을 수 있고, 선거 뒤 이란 재공습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추가 하락은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30일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폭락, 레버리지 ETF가 키운 일부 펀드 손실 등을 감안하면 현금 마련이 급한 외국인들이 오는 2일 한국 주식을 더 팔아치울 위험도 대비해야 합니다.

강한 AI 수요와 레버리지 축소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은 반전을 기대할 근거입니다. 그러나 매도 압력이 줄어드는 것과 매수세가 회복되는 것은 별개의 과정입니다. AI 기업들이 감당할 만한 조건으로 투자금을 구하고, 그 투자가 실제 현금으로 돌아온다는 신뢰도 회복돼야 합니다.

선거 전후 이란 전쟁이 어떤 경과를 맞이하는지, 국채금리와 AI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지, Fed의 12월 인상 확률이 내려가는지, 그리고 레버리지 청산이 마무리되며 반도체주의 하루 낙폭이 줄어드는지 차근차근 확인해야 합니다. 새로 나오는 AI 기업들의 주식·채권 발행 물량을 시장이 무리 없이 받아내는지도 중요합니다. 지금 큰손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확인하며 다시 움직일 신호를 신중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