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리운 사람"…'22년 전원일기 부부' 김혜자 故 최불암 애도

입력 2026-10-30 23:07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고 최불암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혜자가 30일 저녁 빈소를 찾아 "한 번이라도 눈뜨는 걸 봤으면 좋겠다. 너무 그리운 사람이니까 곧 만날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혜자는 이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으면 또 만날 텐데 마지막이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곧 만나자고 얘기하고 싶다. 그동안 저 사람에 대한 추억을 다 기억하며 살 것"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가족들도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역할이었던 양촌리 김 회장 댁의 맏며느리 역을 맡았던 배우 고두심은 빈소를 찾았다. 양촌리 김 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이로 출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드라마) 데뷔 작품에서도 아버지를 하셨고 전원일기에선 22년간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개인적 입장으로는 가족"이라며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고 불렀는데 이렇게 갑자기 부고를 받게 돼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이 입양한 막내아들 금동이의 성인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임호는 "해를 넘기기 전에 '김 회장님네' 식구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작고하셔서 마음이 참담하고 많이 아프다"고 했다. 전원일기에 같이 출연한 이계인은 "지금 (빈소에서) 형수님을 뵈니 눈물이 쏟아진다. 거의 40년을 같은 동네에 살며 고인과 술도 제일 많이 마셨다"며 "평생을 함께했는데 나를 두고 먼저 가시면 어떡하느냐"고 말한 뒤 눈물을 훔쳤다.

연예계 동료들도 비통해했다.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찾은 나문희는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많이 섭섭하다"며 "추억이 너무 많은데 잘 간직하겠다"고 했다. 드라마 '영웅시대'에 함께 출연한 강석우는 "이순재 선생님, 최불암 선생님 등 1세대 거목들이 다 떠나시니 서운한 마음이 크다"며 "더 깍듯이 모시지 못한 점이 떠나고 나니 참 많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고인의 차남 역을 맡았던 배우 차인표는 "선생님은 까마득한 후배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대해주신 훌륭한 분이었다"며 "고통과 아픔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드라마 '사모곡'에서 고인의 부인 김민자와 모녀 호흡을 맞춘 것을 계기로 고인을 '아버지'라 부르며 딸을 자처했던 김혜수는 빈소에 들어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 채 줄곧 흐느끼며 저녁 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또 윤여정, 선우용녀, 길용우, 양택조, 홍순창, 신현준, 이천희·전혜진 부부와 코미디언 이홍렬 등 문화계 인사들도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최 장관은 "넉 달 전에 찾아뵀을 때만 해도 정말 환하게 웃으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너무 애통하다"며 지난 6월 고인을 병문안한 기억을 떠올렸다.

정계에서는 30년 전 고인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쟁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문했다. 그는 "(30년 전 선거 당시) 한 번도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늘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며 "그런 마음을 알기에 특별히 더 아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빈소를 찾아 "제가 처음 시장이 된 해에도 이미 서울시 홍보대사를 하고 계셨고, 거의 30년 동안 홍보대사를 맡아 서울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한강예술섬 프로젝트가 이제 막바지라 2∼3년 뒤면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마무리되는데, 그 완성을 못 보고 가셔서 참 섭섭하다"며 "국민적으로 사랑받던 국민 아버지이자 '국민 아재'였던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마음이 많이 허전하다"고 애도했다.

재계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정 이사장은 생전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선대회장과 연이 깊었던 고인을 추모하며 "개인적으로 고등학교(중앙고) 선배님이고, 우리 아버님(정주영 회장)과도 아주 가깝게 친구처럼 지내신 분"이라며 "건강 관리를 좀 더 잘하셔서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마음이 아주 쓸쓸하다"고 애통해했다.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다. 1967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선발돼 드라마 '수양대군'에 출연했으며, 1969년 MBC 특채 탤런트로 뽑혔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부터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으로 매주 시청자와 만났다.

최불암은 건강 악화로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9일 오후 10시30분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30일 오전 10시부터 일반 조문객을 맞고 있다. 장례는 5일장이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거행된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7시40분 치러질 예정이다. 이후 오후 9시께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 아래 장례 미사가 열린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