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30일 20: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가 최대주주 카카오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카카오가 TPG의 카카오모빌리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가로막아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중복상장 규제 시행 이후 글로벌 투자자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국제분쟁에 나선 첫 사례다. 정부 규제가 주주간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TPG는 이날 오후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카카오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TPG는 2017년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고, 2021년 추가 투자까지 컨소시엄 전체 투자액은 약 6300억원, 지분율은 약 29%다. 이 가운데 TPG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2대주주다.
2022년까지 상장한다는 조건으로 투자했지만 콜 몰아주기와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MBK파트너스, VIG파트너스 등으로의 지분 매각도 잇따라 불발됐다. 올해 중복상장 금지 정책으로 국내 상장길까지 막히자, TPG는 보유 구주만 기초로 한 미국 ADR 상장을 추진해 왔다.
카카오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이 상장안에 반대한다고 결의했다. 특정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유동화가 카카오 일반주주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고, 순자산가치(NAV) 할인과 미국 증권법상 책임 부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카카오는 당시 FI의 투자금 회수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며, 상장 구조가 바뀌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쟁의 배경엔 중복상장 규제가 있다. 지난 8월 시행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자회사가 해외에 상장할 때도 모회사 이사회가 독립 특별위원회를 거쳐 주주 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한 뒤, 상장 찬반을 결의하고 그 과정을 단계별로 공시하도록 했다. 모회사 일반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따졌는지 점검하라는 취지다. 다만 국내 상장과 달리 해외 상장은 거래소 심사가 없어, 모회사가 반대해도 상장을 막을 법적 효력은 없다. 그럼에도 최대주주의 공개 반대가 나오자 공모 참여를 검토하던 해외 투자자들이 잇따라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TPG는 신주 발행이 없는 구주 상장이라 카카오 주주의 지분 희석도, 대주주 이득도 없는데 상장을 막았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가이드라인이 정한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카카오가 특별위원회 설치나 주주 영향평가 결과를 공시하지 않은 채, 지난달 18일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지 나흘 만에 반대 결의를 공시했다는 것이다.
양측 갈등은 이사회로도 번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TPG 측 윤신원 기타비상무이사의 롯데렌탈 기타비상무이사 겸임 승인 안건을 부결했다. 경업금지를 이유로 들었다. 윤 이사가 겸임을 유지하면 주주총회에서 해임 안건이 표결에 부쳐지는데, 카카오가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해임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분쟁이 해외 상장에 대한 중복상장 규제의 첫 법적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규제가 대주주의 '쪼개기 상장'을 막으려 도입됐지만, 규제 이전에 들어온 글로벌 자본의 회수 문제와 해외 상장 시 모회사 의무 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어 결국 국제중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TPG는 1992년 설립된 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우버·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했고, 국내에서는 카카오뱅크·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 롯데렌탈 경영권을 1조3105억원에 인수했다. TPG 아시아 펀드의 주요 출자자로는 텍사스 교원연금·텍사스 공무원연금·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 미국 공적연금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이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