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왜 이래" 발끈…상사에 3000만원 청구한 직원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10-31 06:00
수정 2026-10-31 06:59

시간 외 근무 반려, 부정적인 인사 평가를 이유로 괴롭힘을 주장하며 회사와 상급자들을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근로자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근로시간 통제와 평가자의 주관적 피드백 기재는 사측의 정당한 인사권 재량에 속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괴롭힘 신고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엔 회사의 괴롭힘 조사 지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도 봤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최근 근로자 A씨가 자신이 재직 중인 금융 IT 서비스 회사와 상급자인 부장·팀장을 상대로 제기한 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야근 결재 반려, 부정적 업적 평가 받자 "괴롭힘" 주장...총 7000만원 청구 소송

2021년 11월 입사한 A씨는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비롯해 계약·정산, 서무 등을 담당해 왔다. A씨는 업무 과중을 이유로 인원 충원을 요청했고 2022년 3월 후임자가 배치됐다. 이어 같은 해 4월 본부장과의 면담을 통해 계약 관리·컴플라이언스 업무 위주로 직무가 조정됐다.

이후 A씨는 2021년 12월부터 7차례에 걸쳐 시간 외 근무 사후등록 결재를 상신했지만 상급자로부터 사유 보완 및 결재라인 변경 등을 이유로 반려당했다. 이후 팀장은 전체 메일로 "야근·휴일근무는 시간 외 근무를 해야 하는 합당한 사유를 사전에 팀장과 협의하고 실제로 근무한 시간을 올릴 것" "고객 요청을 다 응대하다가는 자원 고갈이 발생하니 고객과 협의해 일정을 조율할 것"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듬해엔 회사가 공간 부족과 엔지니어 좌석 확보 필요성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은행 센터에서 본사로 근무지 변경을 지시했지만, A씨가 보안 환경 차이로 인한 업무 불편을 호소하자 일주일 만에 센터로 복귀 조치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2022년 상·하반기 업적 평가 과정서 불거졌다. 팀장은 A씨에 대해 "나는 여기까지만 일한다는 마인드" "업무 진행 불가 선언" "인수인계 원활하지 못함" "협업 및 소통 부족" ""본인의 직급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한번은 생각해봐야"라는 등 주관적 평가 피드백을 남겼다.

이에 반발한 A씨는 2022년 12월 대표이사 및 노조위원장 앞으로 메일을 발송하고, 직원고충처리위원회 민원 신청, 노동청에 괴롭힘 진정 등을 제기했다. 이에 회사는 노사공동 조사반을 꾸려 조사한 끝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 입증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노동청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하지만 A씨는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회사와 직급 상급자에게 각 3000만원, 부장에게 1000만원 총 7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특히 팀장이 쓴 피드백은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업무상 필요성 인정...괴롭힘 아냐"

재판부는 당시 A씨 팀의 업무가 과중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간외 근무 결재 반려 사유는 회사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사유를 보완해 재결재한 경우엔 모두 승인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반려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필요한 시간 외 근무 자제 요청은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팀장의 메일도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근무지 변경 지시에 관해서도 "전보처분은 인사권자 재량이며, 공간 부족 문제와 인력 배치 필요성 등을 종합할 때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A씨의) 업무 수행상의 불편을 인지한 뒤 즉시 복귀시킨 점 등에 미뤄 괴롭힘이나 권리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인사평가에 대해서도 피평가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개선점 지적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다소 부정적인 평가나 개선 사항이 있더라도 이는 인사평가 제도 취지상 허용되는 범위 내의 주관적 의견 표명에 해당하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회사의 시간 외 근무 사전승인 통제나 근무지 이동은 정당한 경영상 필요성과 인사권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평가자의 피드백이 다소 직설적이거나 시각차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 허위사실로 타인의 인격을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평가권자의 주관적 의견 표명으로 폭넓게 보호받는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즉시 조사' 의무 두고도 논란

회사의 책임을 묻는 부분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쟁점이 됐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하면 "지체 없이" 당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라는 규정이다. A씨는 2022년 12월 회사에 메일을 보낸 것만으로도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 것인데, 회사가 이를 '즉시' 조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괴롭힘 불인정' 결론을 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메일 내용이 팀장 평가 피드백에 대한 반박 중심이라 '괴롭힘 주장'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제목·본문에 괴롭힘이란 단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 노조 간부가 "(A씨의 메일은) 괴롭힘을 공식화할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였다"라고 증언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이후 제기된 정식 신고에 대해선 회사가 노사공동 조사반을 구성해 객관적인 조사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지체 없이'의 의미에 대해 법령은 구체적인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법제처 등은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장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회사의 최초 인지 시점이 중요한만큼 고충민원처리 신고 등이 들어오면 HR 담당자는 괴롭힘 신고로 볼수는 없는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