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은 굳건해 보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다. 기업들이 AI로 맞춤형 서비스까지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되자 일부 경영자들은 비싼 SaaS 구독료를 계속 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AI 기술 발전은 산업 전방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시장해서 성공해 오랫동안 자신만의 ‘해자’를 쌓아온 기업이 AI 시대에도 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SK텔레콤 부사장을 지낸 박준은 신간 <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에서 이를 탐구한다.
저자는 누구나 비슷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는 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사업 자산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AI를 활용해 기존 자산의 강점을 키우고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AI 복리 엔진’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 방법을 풀어낸다. 일례로 수십 년 쌓은 데이터와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블룸버그를 언급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2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자연어 질문에 실시간으로 출처가 포함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라는 ‘해자’를 바탕으로 애널리스트 1명당 성과를 증폭시킨 것이다.
저자는 또 AI의 판단과 실행 결과를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시스템에 되돌려 다음 결정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닫힌 루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AI 시대 경쟁우위는 ‘우리가 가진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순환시키고 강화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