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조합?"…케데헌·오겜·흑백요리사 한데 모인 이유 [류은혁의 유통기한]

입력 2026-10-31 20:00
수정 2026-10-31 20:16


'오징어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흑백요리사'가 한 폭의 한국 전통 민화에서 만났다.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광고다. 기업이 인기 브랜드와 콘텐츠를 한데 모아 각기 다른 팬덤을 하나로 묶는 '크로스오버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3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10주년을 맞아 광고 캠페인 '미쳤넷!'을 공개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인기를 끈 대표 콘텐츠와 캐릭터를 골라 전통 십장생도 안에 녹여냈다. '10주년'의 10과 십장생의 '십'을 연결하고 앞으로도 오래 사랑받기를 바라는 의미까지 담았다는 게 넷플릭스 측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상징인 'N' 로고에도 한복 패턴과 전통 문양을 입혀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광고는 특정 신작을 알리는 기존 마케팅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시청자가 그림 속 익숙한 작품과 캐릭터를 찾아보면서 지난 10년간 구독자가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보고 즐겼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개별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봐온 경험' 자체를 광고 소재로 삼았다.

광고는 온라인 영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10주년 오프라인 행사 이름도 '파티' 대신 '넷플잔치'로 정했다. 넷플릭스 콘텐츠와 한국의 잔치 문화를 뒤섞는 방식으로 캠페인의 세계관을 오프라인까지 확장했다.

최근 기업 광고에서 이처럼 여러 인기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한꺼번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의 상품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회사가 오랜 기간 쌓은 브랜드 자산을 한 편의 콘텐츠로 보여주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국내 대표 유통사인 신세계그룹도 통합 쇼핑 행사 '쓱데이'를 알릴 때 이마트와 스타벅스, 스타필드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주요 계열사 브랜드를 한 광고에 등장시켰다. 업종과 고객층이 다른 브랜드를 '신세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그룹 전체가 보유한 소비자 접점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게임사 넥슨은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아 '바람의 나라'와 '메이플스토리' 등 세대를 달리해 인기를 끈 대표 게임을 하나의 영상에 담았다. 장기간 넥슨 게임을 즐겨온 이용자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이용자에게는 회사가 보유한 IP의 폭을 보여주는 효과를 노렸다.

빙그레는 제품 자체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등 익숙한 장수 제품을 캐릭터로 의인화해 '빙그레우스' 세계관을 구축했다. 각각 독립적으로 광고하던 제품을 하나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로 만들면서 소비자가 여러 제품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게 했다.

기업이 크로스오버 마케팅에 주목하는 것은 개별 브랜드의 팬을 회사 전체의 팬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 애청자가 같은 광고에 등장한 다른 넷플릭스 작품에 관심을 갖고, 스타벅스 고객이 쓱데이를 통해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함께 인식하는 식이다.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와 IP가 늘어난 것도 크로스오버 마케팅이 확산한 배경이다. 개별 브랜드를 따로 광고하는 것보다 서로의 역사와 캐릭터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면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자산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다. 창립 기념일이나 대형 통합 행사에서 이런 방식이 특히 많이 활용되는 이유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잘 제작한 크로스오버 광고는 개별 브랜드의 팬덤을 기업 전체에 대한 호감으로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