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겨울철을 앞두고 백화점 3사가 대형 조명과 미디어아트, 체험형 공간을 앞세워 크리스마스 방문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화려한 볼거리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백화점들이 올해 꺼내든 '비장의 무기'는 제각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30일 본점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점등하고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홀리데이 마켓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7일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에 크리스마스 공간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연말 장식을 관람 콘텐츠로 만들고, 마켓과 한정 상품 판매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롯데, 명동 100m 거리 연결…2만개 전구 점등
롯데백화점의 올해 테마는 '롯데타운 드림 라이트 가든'이다. 유럽 정원에서 착안한 조경과 조명,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방문객이 빛을 따라 비밀의 정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본점은 지난 30일부터 건물 외벽에 전구 2만개를 밝힌다. 을지로입구역과 본관, 에비뉴엘을 연결하는 약 100m 구간도 '빛의 스트리트'로 꾸민다.
15m 높이 '하트 라이트 트리'와 움직이는 모형을 활용한 쇼윈도를 지나면 본관 출입구의 '라이팅 저니'로 이어진다. 약 165㎡ 공간의 천장과 출입문, 벽면, 기둥에 미디어 패널을 배치해 영상을 상영한다. 마지막 공간인 '샤롯데 빛의 정원'에는 기존 크리스마스 캐릭터 똔뚜와 분수대 등을 활용한 포토존을 조성한다.
새 캐릭터도 선보인다. 히말라야 설인을 재해석한 '헤이예티'를 똔뚜와 함께 활용하고, 본점 입구에는 높이 4m 조형물을 세운다. 롯데백화점은 연말까지 조성 중인 대형 미디어파사드와 크리스마스 경관을 연결할 계획이다.
잠실점은 실내 장식에 이어 11월 중순 야외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다. 인천점은 외부 메인 광장과 썬큰 광장에 대형 트리를 설치한다.
관람객을 겨냥한 상품도 준비했다. 서울쿠키·그레인스·마망갸또와 협업한 디저트와 자체 개발한 초콜릿 어드벤트 상품 등 선물 4종을 주요 점포와 롯데백화점몰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 마켓 4개점으로 확대…푸빌라 체험 공간 운영
신세계백화점은 다음 달 6일 본점 미디어파사드 '신세계스퀘어'에서 크리스마스 영상을 공개한다. 주제는 '크리스마스 소원을 전하는 환상의 여정'이다. 우체국을 지키던 곰이 소원을 담은 편지를 풍선배에 싣고 여행한 뒤 트리를 완성하는 이야기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신세계 홀리데이 마켓'은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와 센텀시티를 추가해 4개 점포로 확대한다. 강남점 마켓은 붉은 벽돌집과 타탄 체크 무늬로 꾸민다. 외부에는 트리를 배치한 길을 조성하고, 내부에서는 크리스마스 소품·선물 브랜드와 신세계 단독 상품을 판매한다. 타로 체험은 11월25일까지, 캐리커처 체험은 11월26일부터 진행한다.
자체 캐릭터 푸빌라를 활용한 캠페인도 다음 달 6일부터 연말까지 이어간 다. 티저와 본편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12월1~27일 강남점 파미에스테이션 포켓가든에서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개점 10주년을 맞은 대구점에는 별과 빛을 모티브로 한 '골든 위시 트리'를 설치한다.
현대, 뉴욕 거리 재현…더현대 서울 11월10일 공개
현대백화점은 올해 '크리스마스 인 뉴욕 시티'를 주제로 1980~1990년대 뉴욕 거리를 재현한다. 다음 달 1일 압구정본점, 10일 더현대 서울 등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더현대 서울은 5층 사운즈 포레스트의 H빌리지에 최대 높이 10m의 건물 13개 동을 설치한다. 붉은 벽돌 외관과 대형 입간판, 네온사인, 노란 택시로 뉴욕 거리를 구성한다. 기존 캐릭터 '아기 곰 해리'에 고양이를 더해 선물 배달을 돕는 이야기로 공간을 연결했다.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는 "올해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건축물과 거리의 풍경, 조명, 음악, 캐릭터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H빌리지는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1차 예약은 다음달 5일 오전 11시 '더현대 하이'에서 받는다. 현장 대기는 더현대 서울 2~4층에 비치된 QR코드로 접수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은 클룩 등 여행·체험 예약 플랫폼에서도 사전예약할 수 있으며, 현장에는 외국인 전용 대기 접수 데스크를 마련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더현대 서울 H빌리지 누적 관람객은 150만명을 넘었다. 더현대 서울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3%에서 올해 9월 기준 25.2%로 21.9%포인트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국내 명소로 등용한 만큼 이들을 적극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정문 광장에는 높이 13m 트리와 포포존을 설치한다. 판교점은 1~5층 사이 수직 공간에 타임스스퀘어와 월스트리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배치한다. 김포·송도·스페이스원·대전 등 프리미엄아울렛 4개점도 야외 광장을 뉴욕 거리로 꾸민다.
관람객을 구매 고객으로백화점 크리스마스 공간은 쇼핑 목적이 없는 방문객까지 점포로 끌어들이는 콘텐츠다. 롯데는 관람 동선과 한정 디저트를 연결하고, 신세계는 마켓 운영 점포를 늘렸다. 현대는 외국인 전용 예약·대기 경로를 마련해 관광객 접근성을 높였다.
다만 대규모 장식으로 방문객을 모으는 데서 나아가 마켓·식음료·선물 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백화점들의 과제로 꼽힌다.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조명·미디어아트·마켓 등 체험형 공간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배경에는 4분기가 연중 소비 모멘텀이 집중되는 최대 성수기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을 앞둔 선수요, 연말 선물 수요, 외국인 인바운드 소비가 동시에 맞물리는 시기인 만큼, 포토존과 미디어아트 등 '명소화' 전략을 통해 방문객 트래픽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매출 전환으로 연결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통할지 이목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