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 집' 6억에 샀는데…"당장 짐 싸서 나가세요" 날벼락

입력 2026-10-28 22:14
수정 2026-10-28 22:26

크루즈 객실을 평생 거처로 사들인 승객들이 캄보디아 항구에서 배를 떠나게 됐다. 미국 운영사가 중동 전쟁 이후 치솟은 연료비를 견디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하면서다.

2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남부 쁘레아시아누크주 당국은 시아누크빌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오디세이'호가 최근 승객들에게 짐을 챙겨 배에서 내리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크루즈선 '오디세이'호를 운영하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빌라 비 레지던스는 성명을 내고 운영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회사는 거주자와 승무원, 직원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연료비 급증에 따른 조치다.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객실당 월평균 1800달러(약 242만원) 수준이던 연료비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6000∼8000달러(약 806만∼1075만원)로 뛰었다. 이로 인한 재정 압박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시아누크빌항에 정박 중인 오디세이호에는 미국인이 대부분인 승객 203명과 승무원 156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일부는 비행기로 고국 등지로 떠났고 나머지는 시아누크빌에 남아 있다.

롱 디망쉐 쁘레아시아누크주 부지사는 "갑작스러운 하선 명령으로 인해 많은 은퇴자와 원격 근무자들이 고국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곳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선사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승객 조핸 보딘은 유튜브 영상에서 선사가 짐을 꾸릴 시간으로 6시간만 줬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15년 넘게 배에서 살 계획이었다는 그는 최근 탑승했거나 은퇴 자금을 쏟아부은 승객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승객 랜디 캐싱엄은 블로그에서 선사가 호텔 이동이나 숙박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디세이호는 2024년 10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떠나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회사는 "오디세이호를 당신의 영구적인 집으로 삼으라"는 문구를 앞세워 객실을 평생 거주용으로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승객을 모았다.

영구 거주 선실 분양가는 약 13만∼44만달러(약 1억7500만∼5억9100만원)였고, 이와 별도로 매달 2000∼1만달러(약 268만∼1340만원)를 받아왔다.

다만 사업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는 게 캐싱엄의 주장이다. 그는 탑승객이 정원 650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최대 350명 선에 머물면서 문제가 이어졌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