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환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소속 전문의 대다수가 사직 의사를 밝히자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은 28일 경찰이 진행한 압수수색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즉각적인 감찰을 요구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심정지 상태로 실려 온 아기를 살리기 위해 1시간 넘게 땀 흘려 심폐소생술을 한 의료진에게 돌아온 것이 진료 중인 응급실 압수수색과 피의자 취급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정책위의장은 "환자를 살리려는 의료진의 손을 떨리게 만들고, 중증 환아가 치료받는 진료 현장을 공포로 몰아넣는 경찰이 과연 국민의 경찰인가"라며 "이제 어떤 의사가 소아응급실을 지키겠나. 이로 인한 소아응급실의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 남부 수십만 아이와 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인 김은혜 의원은 같은 날 수원 경기도당에서 경기도의사회와 간담회를 열고 소아응급 전문의 사직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의원은 "필수 의료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도외시한 수사행태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환자들을 위협했을 뿐 아니라, 응급의료 최전선에 서 있는 의사들을 현장에서 떠나게 했다"며 "책임 있는 야당과 경기도의사회가 협력해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전문응급센터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의료진에게만 '유죄추정'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아동학대나 의료진 폭행 사건에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데, 환자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한 의료진에게만 유죄 추정 원칙이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주대병원이 수원과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소아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해 온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환자를 일부러 죽이는 의료진은 없다"는 기본 전제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기남부경찰청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경찰 측은 "안타깝다"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의학회는 이 발언을 두고 사과와 유감 표명을 피한 것으로 의료진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의학회는 "국감 직후 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는 극심한 모욕감과 피로감, 절망 속에 의료진의 추가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의학회는 경찰이 진료를 방해하고 거짓 증언을 했다며 의료진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경찰이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응급실 출동·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을 11월까지 확정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의학회는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의료진이 자진해서 대거 이탈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소아응급의료센터의 진료 마비와 환아 피해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경찰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환아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이 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센터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 중 7명이 최근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