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점론, 숫자로 잠재운 하이닉스 "HBM 수요, 생산능력의 2배"

입력 2026-10-28 18:00
수정 2026-10-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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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가 거품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실제 사업 성과가 나오고 있고 투자 주체도 다양해져 성장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28일 열린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의 ‘AI 고점론’을 일축했다. 빅테크를 포함한 14개 주요 고객사와 5년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은 사실도 전격 공개했다. 2030년까지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SK하이닉스는 확고한 중장기 수요를 토대로 내년 투자를 대폭 늘려 글로벌 AI 메모리 주도권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632% 증가했다.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분기 매출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79.7%로 사상 최고치를 썼다. 엔비디아(66.2%)와 삼성전자(55.1%)를 제쳤다.

호실적의 주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부터 6세대 HBM인 HBM4를 본격 출하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공급난 심화로 HBM4 가격은 전 세대인 HBM3E보다 높게 책정됐다.

일반 D램과 낸드에서도 AI 서버용 매출이 늘었다.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판매량은 2분기보다 40% 이상 증가하며 D램 매출의 한 축을 담당했다. 낸드에서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321단 트리플레벨셀(TLC)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D램이 전 분기 대비 20%대 후반, 낸드가 20%대 중반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AI발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29년까지 3년간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요청한 HBM 물량이 공급량의 두 배를 넘는다”고 했다.

물량이 동난 것은 5년 단위로 체결하는 LTA가 늘어나서다. SK하이닉스가 LTA를 체결한 고객사는 빅테크를 포함해 3분기 기준 14곳이다.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이 LTA 물량이다. LTA 고객사 중 일부와 계약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에도 LTA 비중이 절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BM4, 4분기 주력 제품 될 것”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 HBM3E를 넘어서며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연말까지 청주 공장(M15X)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서버용 DDR5와 소캠(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 등 고부가가치 D램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D램 출하량이 3분기보다 20%대 중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는 주력인 321단 공정 비중을 4분기 국내 낸드 생산능력의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40%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 기업용 및 퍼스널 AI,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 기술과 제품 로드맵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7세대 HBM인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다. 표준 HBM과 함께 고객사별 사양을 다르게 제작하는 커스텀(맞춤형)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고대역폭플래시(HBF) 개발 등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경기 용인 1기 반도체 팹(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노유정/원종환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