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인구 고령화가 진행돼 온 일본은 결국 고령자의 사망자 수가 확대되는 다사사회(多死社?)를 맞이해 개인과 지역,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2024년 확정치 기준으로 일본의 연간 출생아 수는 약 68만 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사망자 수는 약 160만 명에 달해 9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다사사회의 양상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단카이 주니어)가 노년층에 도달하는 2040년 정도까지 심화되고 연간 사망자 수가 약 165만~166만 명에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 정점을 지나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고령자도 감소하는 사회’로 본격 전환된다.
이에 따라 의료·요양·장례 등 고령자 대응 인프라는 정점 이후 수요 둔화를 겪으며 지역별 과잉과 부족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불균형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고령자 수 자체가 감소세로 돌아선 기초단체가 많아지고 있으며 일반 비즈니스에 이어 의료·간병 등 각종 고령자 비즈니스도 축소 압력을 받게 되고 남은 고령자에 대한 필수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 등 도시부는 단독 고령 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화장 시설의 부족, 의료 및 간호 관련 시설의 부족, 인력난 심화, 고독사 확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도쿄 등 대도시권에서는 화장 시설 부족과 사망자 증가로 인해 화장까지 일주일 안팎을 기다리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장례 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고령자 인구의 피크 시점은 2055~2060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과 같이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고령화, 양적 다사사회를 거쳐서, 고령자도 감소하는 속에서 사망자 수도 점차 감소하지만 출생아 수보다 많고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 상대적 다사사회로 가는 흐름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양적 다사사회 시대의 화장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 따라서는 무조건 화장장을 늘리는 대응은 추후 고령자도 감소하는 시대에는 가동률이 낮은 시설을 늘리는 부담을 남길 우려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길어진 사망자의 화장 대기 기간에 맞게 시신 안치와 위생 문제 대응력을 강화하고 유족들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환경, 관행을 조성하는 보완책도 필요할 것이다. 가족 구성원 수도 감소하거나 고독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늘어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친척, 친구를 초대하지 않은 작은 장례식, 1일 장례식, 장례식을 생략한 화장장 직행 등 작은 장례식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유족 자체의 고령화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도 장례식 형태의 다양화가 중요할 수 있다.
다사사회의 진전과 함께 유산의 효과적인 활용도 과제가 된다. 일본은 고령자가 사망한 후 남긴 유산에서 의료 및 요양 비용을 정산해 국고로 환수하는 ‘상속재산 정산 방식’을 장기적인 검토 과제로 삼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보장 수요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현역 세대의 요양·의료보험료 부담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한계점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사실, 해마다 비혼 독거노인의 증가로 상속인이 없는 유산이 국고로 환수되는 금액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며, ‘부의 고령층 편중’과 ‘독거노인 급증’, ‘현역층의 사회보장 부담 증가’라는 동일한 궤적을 밟고 있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사회보장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준비도 필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