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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을까.” 투자자들의 해소되지 않는 질문이다. AI 기업은 지난 수년간 블랙홀처럼 글로벌 투자금을 빨아들였지만, 정작 수익성은 베일에 가려졌다. 이들이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현재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AI 순환 금융’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증권신고서에 재무제표를 처음 공개하며 이런 우려를 덜어냈다. 매출은 1년 만에 14배 늘었고, 지난 2분기엔 첫 흑자도 냈다. 다만 AI 인프라 기업과 맺은 1100조원 규모의 지출 약정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았다.◇기업시장 공략하며 첫 흑자 달성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올해 2분기 9억7400만달러 영업이익을 내며 창업 후 첫 분기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컴퓨팅 비용 대비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1분기 컴퓨팅 비용으로 9억4400만달러를 지출하고 3억7600만달러를 벌었다. 비용 1달러당 매출이 40센트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올 2분기에는 달러당 매출이 2.08달러로 증가했다.
비결은 기업 고객이다. 앤트로픽은 오픈AI와 달리 초기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업 업무에 AI 모델을 활용하는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달 기준 포천 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앤트로픽을 사용하고 있다. 연 10만달러 이상을 쓰는 고객 중 챗봇 ‘클로드’와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 AI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를 동시에 사용하는 비율은 작년 말 30%에서 9개월 만에 50%대로 높아졌다.
한 번 앤트로픽 모델을 써 본 고객은 이용을 더 늘렸다. 지난달 말 앤트로픽 순매출유지율(NRR)은 900%에 달했다. 클로드를 사용한 고객이 다음 해엔 9배를 더 썼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은 NRR이 120%만 넘어도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마크 마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앤트로픽은 첨단 AI 모델 개발사도 사업 규모가 커지면 단위 경제성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향후 투자비만 1130조원앤트로픽이 직면한 최대 변수는 앞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 규모다. 앤트로픽이 이날 공개한 컴퓨팅 인프라 구매·임차 약정을 모두 더하면 2045년까지 8530억달러(약 1130조원)에 달한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에 각각 1145억달러, 1100억달러, 449억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이 포함됐다. 매출이 앤트로픽보다 다섯 배나 많은 메타와 맞먹는 수준이다. 앤트로픽 창립자들은 “언뜻 보기에 무책임할 정도로 커 보일 수 있지만, 대담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자평했다.
안정적인 광고 매출을 올리는 메타와 달리 앤트로픽 매출은 변동성이 크다. 앤트로픽은 올해 상반기 매출의 약 80%를 고객이 실제 사용한 AI 토큰 양에 따라 거둬들였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고객이 경쟁사 모델로 이동하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데이터센터 임차료와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등 앤트로픽이 내야 하는 비용은 사용량이 줄어들더라도 일정하게 지급해야 한다. 앤트로픽이 취소할 수 없는 구매 약정액은 2656억달러(약 352조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앤트로픽은 상장신청서에 TSMC 제조 수요 집중과 함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을 콕 집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사업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클라우드 기업과의 ‘복잡한 관계’도 위험 요소다. 구글과 MS 등은 앤트로픽 투자자이고, 컴퓨팅 자원 공급사이며,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클라우드와 애저 등을 통해 앤트로픽 모델을 유통하는 고객사다. 앤트로픽은 “클라우드 기업이 (앤트로픽의)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대비 불리한 조건으로 홍보하고 우선순위를 낮출 경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