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오는 28일 새로운 인수·합병(M&A) 거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등 대형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인공지능(AI)·디지털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첨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도 강조하며 글로벌 금융 영토 확장과 한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함께 주문했다.
박 회장은 27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경영대학원 설립 60주년 기념 인사이트 포럼에서 "지금도 M&A를 하고 있다"며 "아마 내일쯤 미래에셋에 M&A가 하나 더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내일 오후 또 하나가 발표된다"며 "그래서 제가 바쁘다. 사실 M&A는 제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은 구체적인 인수 대상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자들은 관심이 많을 텐데 무슨 M&A를 할 거냐고 할 것"이라면서도 "이사회 절차가 있으니까 아마 내일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미래에셋그룹이 글로벌 금융 영토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M&A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직접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7월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며 디지털자산 사업을 강화한 바 있다.
박 회장은 향후 M&A 전략의 핵심으로 시장 규모를 꼽았다. 그는 "저희는 한국보다 규모가 큰 경제로 들어가려고 한다"며 "앞으로 M&A는 더 큰 데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일 하고 싶은 데는 미국과 중국"이라며 "중국 본토 (내 기업) M&A가 올해 안에 거의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 나라로 가야 한다. 작은 나라에서 M&A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대규모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전략이 그동안의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에셋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에 진출한 이후 글로벌 확장 전략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은 "어느 날 홍콩 바다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금융의 스탠더드는 '웨스턴'이지 아시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는 아시아에 많지만, 인구가 많다고 금융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의 스탠더드를 찾아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사업 방향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글로벌 기업 인수와 사업 확대 사례를 거론하며 "미래에셋이 AI 에이전트 영역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는 단초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래에셋의 해외 M&A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박 회장은 또 "AI 혁명은 제가 볼 때 많이 왔어도 10~20% 정도 온 것 같다"며 "반도체 고점이라는 게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AI 산업 성장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하이닉스의 HBM이 없으면 엔비디아가 돌아가겠느냐"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전략적 위치를 강조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로보틱스 같은 첨단 산업에서도 "한국이 반드시 어느 포지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국제 무역에서 미국에 밀릴 수는 있지만 주도권은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조업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를 당연한 목표로 여기는 시각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원화가 강세여야 한다는 건 옛날 사고방식"이라며 "제조업을 강하게 만들려면 원화가 강세로 가는 게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원화 강세가 수입 물가를 낮추고 국내총생산(GDP)을 높여 보이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 등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한국은 이 부분에 있어 새로운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