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사기 우려에도…"주사기 삽입" 민간 정자 거래 성행

입력 2026-10-27 15:47


일본의 엄격한 인공수정 이용 요건과 비용 부담이 온라인 정자 매칭 수요를 키우는 가운데 이용자 안전과 출생 자녀의 권리를 보호할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NHK는 의료기관 밖에서 정자 공여자를 찾는 미혼 여성과 성소수자, 난임 부부 등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AID)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법적 부부 중 남편이 무정자증인 경우로 한정돼 있다. 시술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병원을 통한 임신 시도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는 공여자와 제공받을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회원 약 7000명을 확보한 한 사이트에는 공여 희망자만 매달 100~200명씩 추가된다. 무상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사람을 만나면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가를 주고받을지는 당사자들의 합의에 달려 있다.

전달 과정에서는 성접촉 없이 기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이 빌린 공간에서 항균 용기에 정액을 채취하고 바늘 없는 주사기와 함께 남겨두면, 여성이 나중에 들어와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형태다.

접근성과 비용 측면의 이점 뒤에는 검증과 관리의 공백이 있다. 상담 현장에는 성병에 감염되거나 원치 않는 성행위를 요구받았다는 호소가 들어오고 있다. 공여자가 학력이나 결혼 여부를 속였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문제는 정자를 주고받는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여자의 신원이 감춰진 채 태어난 자녀는 성장한 뒤 자신의 출생 배경을 확인하려 해도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익명 정자 기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이어졌다. 이를 통해 출생한 자녀가 1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규모와 현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실태조사조차 부족한 상태다.

해외 일부 국가는 자녀가 공여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영국과 독일, 호주 일부 주에서는 익명이 아닌 방식의 정자 제공을 법으로 정했다. 일본에서도 자녀의 출생 내력을 알 권리에 초점을 맞춘 비익명 정자은행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을 바라는 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사회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감염과 성적 피해를 막을 안전장치를 갖추고, 태어난 자녀가 자신의 출생 정보를 확인할 권리까지 보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