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토요일 농구 배워요. 아들 먼저 배웠어요. 이젠 엄마랑 같이 놀아요."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께 쟈오위자오 씨는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센터에서 농구복을 입은 채 이 같이 말했다. 코트 위에 서 있는 선수는 쟈오위자오 씨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온 카오루 씨, 하야시 니에 씨, 대만에서 귀화한 이숙혜 씨, 나이지리아에서 온 바린 씨 모두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채 농구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이 평일 오전에 시간 내 체육센터에 모인 이유는 하나,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포위드투 글로벌 마더스(이하 글로벌 마더스)'의 훈련을 위해서였다.중국어·일본어·영어가 한 코트에…12개국 엄마들의 목요일
평균 나이 '45세' 엄마들이 농구 코트 위에 뭉쳤다. 중국, 일본부터 몽골, 나이지리아, 대만 뉴질랜드 등 12개국 25명의 엄마들로 구성된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글로벌 마더스의 이야기다. 글로벌 마더스의 훈련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다. 훈련 시간보다 먼저 온 선수들은 농구공을 꺼내 드리블과 슛을 연습하면서 몸을 풀었다. 코트에 공을 튀기던 소리가 겹쳐 울리는 것도 잠시, 30분이 되자 선수들은 1열로 서 코트를 오가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일반 아마추어 농구단과 다른 점은 몸풀기 시간에서부터 드러났다. 사용 언어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모두 들렸다. 선수들은 일주일간 못 했던 이야기를 자국의 언어로 말하면서 준비운동을 했다. 팀을 지도하는 천수길 감독은 "지금 보시면 선수들 반은 서로 이야기한다. 재잘재잘"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그래도 그냥 놔둔다. 애기들 학교 보내고 오전에 시간 내서 오는 건데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훈련이 시작된 뒤에도 선수들은 하나둘 체육관에 도착했다. 한 중국 출신 선수는 목 아래를 가리키며 "애기가 무슨 선? 임파선?이 부어서 병원 데리고 가느라 늦었다"며 천 감독에게 지각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마사지 샵을 운영하는 하야시 니에 씨는 훈련 참가를 위해 목요일에는 가게 문을 닫는다. 자녀를 돌보거나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코트를 찾는 것이다.
쟈오위자오 씨는 목요일 루틴이 있다. 11살 아들과 6살 딸을 학교·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곧바로 버스를 타 성동구에서 용산구로 오는 일정이다. 쟈오위자오 씨는 "2024년 12월부터 농구 시작했는데 다른 엄마들이랑 운동하려고 성동구에서부터 온다"며 "다른 운동 하나도 안 했는데 농구만으로 9kg이 빠졌다"고 했다.13전 1승의 도전…계속 뛰려면 코트가 필요하다
국내 다문화 가정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한 다문화학생 비율은 2016년 1.7%에서 2025년 4%로 높아졌다. 다문화 사회의 변화는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마더스의 선수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 바깥에서 관계를 맺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엄마들은 농구코트에서 성취감을 얻는다고 했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숙혜 씨는 2007년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첨에 한국에 왔을 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없고, 외국인이 많지도 않아 (한국이) 친화적인 분위기는 아녔다"라며 "한국으로 시집 온 뒤 일이 끊기면서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농구가 그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농구단에서 다른 어머니들과 나누는 대화에도 의미를 뒀다. "대만인끼리 교류하는 커뮤니티도 있지만, 여기서는 모두 쓰는 언어가 다르니 한국어를 써야 한다. 모두 한국어가 비슷한 수준이라 대화하기 편하다. 서로 공감하는 점도 많고 육아 팁도 공유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고 했다. 카오루 씨는 "주말보다 목요일을 기다린다"며 "농구단 덕분에 10살 아들과 주말에 농구도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농구단 엄마들이랑 제일 돈독하다"고 했다.
글로벌 마더스의 성적은 13전 1승 12패다. 12전 12패를 기록하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양천구 양정고 체육관에서 열린 '2026년 SKLIKE배 여자 농구대회'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농구단에는 처음 농구공을 만져본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참석률은 어느 아마추어 농구단보다 높다고 김민주 코치는 설명했다. 그는 "아마추어 농구단 훈련을 가보면 10명 이하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어머님들은 보통 14~15명 정도 항상 오신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농구단은 올해 연말 아마추어 여성 농구대회에 또 출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천 감독은 팀의 지속적인 운영을 걱정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게 체육관"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연습할 수 있어 현재까지는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대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농구협회 총무이사로 오래 있던 덕분에 제 후배까지 가끔 도와주면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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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