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바이오사이언스는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비만 및 대사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테크 기업이다.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상업화 마일스톤을 철저하게 설계하여 시장과 자본이 먼저 찾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고 있다. 김공식 대표(57)가 2021년 4월에 설립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식품공학 학사와 생물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바이오 기술의 학문적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이후 1997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리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더 큰 글로벌 시장을 경험하기 위해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2006년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로스쿨에서 법무박사(J.D.) 학위를 취득한 뒤, 보스턴과 뉴욕의 대형 로펌인 민츠 레빈(Mintz Levin), 넬슨 멀린스(Nelson Mullins) 등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다. 20여 년간 한국 변리사와 미국 변호사로 일하며 미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 소송, 자산 수익화, 글로벌 라이선싱(L/O) 계약 등 신약 사업화의 최전선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빅파마가 어떤 기술에 주목하고, 이를 어떻게 특허 자산화해야 선택받을 수 있는지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명확히 익혔다. 이러한 경험과 안목을 미국 퍼듀대학교의 혁신적인 물질과 접목해 에필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신약 후보물질은 뇌의 식욕 조절 기능과 말초 지방조직에 동시에 작용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호 체계와 지방조직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대사 체계가 함께 무너져 발생하는 복합 만성질환입니다.”
에필의 후보물질은 뇌 시상하부에서 식욕 관련 신호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지방조직에서 지방 세포의 수와 부피를 감소시킨다. 쉽게 설명하면 먹고 싶은 신호는 낮추고, 몸에 지방이 쌓이는 과정도 함께 억제하는 이중 작용 방식이다. 에필은 이 하나의 후보물질을 세 가지 시장에 적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로, 저분자 의약품의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가격 부담을 낮춘 단독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희귀질환 프라더-윌리 증후군(PWS) 치료제다. PWS 환자는 끊임없는 공복감과 과도한 식욕으로 심각한 비만과 대사질환을 겪는다. 에필은 식욕과 지방대사를 동시에 조절하는 기전으로 이 질환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세 번째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이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LP-1 치료제는 우수한 감량 효과 뒤에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투약 시 근육 손실이 동반되고, 약을 중단하면 체중은 물론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까지 급격하게 반등하는 요요 현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한 번 손실된 근육은 체중이 다시 늘어도 잘 회복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비만 유도 마우스 실험을 통해 에필의 후보물질을 GLP-1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 이러한 문제들을 유의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저분자 화합물 기반이기에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제조원가가 매우 저렴하다. 치료비 부담에 민감한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반려동물 비만 시장에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둘째, 100조 원 규모의 인체용 비만 시장에서 기존 치료제들과 상생하는 모델을 가진다는 점이다. 거대한 GLP-1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병용 투여를 통해 기존 약물들의 약점인 근손실과 요요를 보완해 줌으로써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전략이다.
셋째, 2조 원 규모의 프라더-윌리 증후군(PWS)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허가된 PWS 치료제는 단 1개에 불과하며 효능도 제한적이다. 반면 에필의 물질은 마우스 실험에서 뛰어난 체중 감소 효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요요 현상까지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후보물질이다.
“비만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입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치료제라도 투약이 어렵거나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에필은 주사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 제형을 개발하여 독보적인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는 파이프라인의 특성에 맞춰 정밀하게 타겟팅 된 ‘멀티 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인체 비만 병용 요법은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GLP-1 계열 치료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근손실 및 요요 보완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반려동물 비만 단독 요법은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조에티스, 엘란코 등 글로벌 탑티어 동물약품 전문 개발사들과 긴밀한 전략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희귀질환(PWS) 단독 요법은 시장 독점성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당사의 역량으로 임상 1/2상까지 직접 진행하여 안전성과 효능을 확실히 증명할 계획이다. 이후 가치를 높여 글로벌 빅파마에 고부가가치 라이선스 아웃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매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BIO USA, BIO Europe 등 권위 있는 국제 행사에 참여하여 빅파마 BD(사업개발) 책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글로벌 바이오 전문 VC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자본 유치와 기술 마케팅을 입체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에필은 초기 대덕벤처파트너스, 캡스톤라플라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누적 14억 원 이상의 시드 자금을 확보하며 마일스톤을 증명해 왔다. 이와 함께 팁스(TIPS)를 비롯한 다수의 정부 과제에 선정되며 기술의 객관적 신뢰도를 검증받았다.
현재는 비글견 실험과 임상 진입 준비를 위한 10억 원 규모의 브릿지(Pre-A) 투자를 유치 중이다. 올해 8월부터 당사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일 비글견 효력 시험에 본격 돌입한다. 마우스 실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만큼, 비글견 실험에서도 명확한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 기술이전 계약을 이끌어내는 확실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 전후로 50억 원 규모의 국내 시리즈 A(Series A)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기술이전이 성사되면 인체 고도비만과 반려동물 비만 파이프라인은 파트너사의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상용화하고, 유입되는 계약금과 시리즈 A 자금은 당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희귀질환(PWS) 치료제의 전임상 마무리 및 임상 진입에 집중 투입하여 자립형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입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는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설계된 회사다. 세계 비만 및 대사질환 시장의 중심부에서 경쟁하기 위해 2024년 미국 뉴욕에 현지 법인(EFIL USA)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미국 법인은 단순한 지사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BD)와 향후 진행될 글로벌 임상 시험을 총괄하는 핵심 거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실시간으로 파트너링을 논의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이전과 투자 유치로 자본력이 확충되면, 미국 법인을 주체로 삼아 ‘글로벌 M&A’까지 계획하고 있다. 에필의 독보적인 IP 자산화 역량과 미국 법인의 지리적 이점을 결합하여,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스케일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오랜 기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에서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과 L/O 자문, 특허 분쟁을 해결하면서 어떤 기술을 어떻게 자산화해야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방세포 대사 연구 분야의 석학인 미국 퍼듀대학교 김기홍 교수의 연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직접 미국 및 국제특허 명세서 작성을 대리했는데, 기술을 분석할수록 이 물질을 제대로 지적재산권화한다면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신약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뛰어난 물질을 실험실 안에만 두기 아깝다는 생각에 김기홍 교수와 뜻을 모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초기 자금은 창업 멤버들의 출자와 에필의 기술적 가치를 알아본 전문 엔젤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기준에 맞춘 철벽 IP 장벽을 구축하고 마우스 PoC(개념 검증) 데이터를 선행 확보해 가며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자금을 순차적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창업 후 김 대표는 “창업 전 로펌에서 외부 전문가로 바이오 기업들을 도울 때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의사결정의 속도였다”며 “유망한 기술을 가지고도 내부의 과학적 자산을 전략적으로 사업화하고 법률적 검토를 내리는 시스템이 느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협상 동력을 잃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비즈니스 파트너링 현장 교섭에서도 실시간 법률 검토가 되지 않아 결정이 지연되거나,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거르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를 창업한 후 제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자 보람은 바로 이 의사결정 지연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점입니다.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한 노하우 덕분에 당사의 과학적 자산을 법적 권리로 구축하는 작업을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비즈니스 교섭 현장에서 상대방의 계약 조건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그 자리에서 합리적인 사업적 판단을 즉시 내립니다. 리스크를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글로벌 협상을 주도해 나갈 때 대표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 사업화에 초점을 맞춘 소수 정예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김 대표는 한국 변리사이자 미국 변호사로서 글로벌 로펌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개발, 투자, 특허 및 글로벌 라이선스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김기홍 CSO는 미국 퍼듀대학교 종신교수이자 에필 핵심 기술의 발명자이며 25년 이상 지방세포의 콜레스테롤 대사를 연구해 온 과학자로서, 후보물질의 작용기전 연구와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을 이끌고 있다. 김정훈 CTO는 동아제약과 동국제약 등에서 오랜 기간 신약 연구개발을 담당한 제약 R&D 전문가로서, 경구 제형 개발과 비임상시험을 총괄하며, 후보물질을 실제 개발 가능한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핵심 인력이 전략과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각 단계에서 가장 적합한 외부 전문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정비는 낮추고 개발 속도와 품질은 높이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확립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에필의 성장 전략은 명확하다”며 “모든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직접 개발하기보다,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개발·사업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의 비글견 효력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동물의약품 기업과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는 인체용 신약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경구제의 장점을 빠르게 사업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어, 에필의 첫 번째 수익 창출원이 될 파이프라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체 일반 비만 분야에서는 GLP-1 치료제와의 병용을 통해 지방 감소 효과를 높이고 요요 문제를 완화하는 가치를 추가 검증하여 대규모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추진합니다. 프라더-윌리 증후군(PWS)은 희귀의약품 지정, 전임상 완료 및 임상 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 후 가치를 높여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기술이전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비만·대사질환을 아우르는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파이프라인별 미국 법인 M&A를 달성하고, 2030년 전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도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에필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서원대학교가 운영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창업도약패키지는 창업 3~7년 된 도약기 창업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지원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진흥원 지원사업이다. 스타트업의 경영 진단 및 개선, 소비자 요구 및 시장 환경 분석, 투자진단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설립일 : 2021년 4월
주요사업 : 저분자 화합물 기반 인체 고도비만 치료제, 희귀 비만 질환(프라더-윌리 증후군) 치료제 및 반려동물 비만 치료제 연구 및 개발
성과 : 차별적 효능 검증 : 비만 유도 마우스 실험을 통해 기존 GLP-1 치료제의 한계인 근손실 및 투약 중단 후 요요 현상을 유의미하게 제어하는 이중 작용 효능 확인, 글로벌 네트워크 : 글로벌 비즈니스(BD) 및 임상 시험 총괄을 위한 미국 현지 법인(EFIL USA) 설립 (2024년) , 투자 및 자금 유치 : 대덕벤처파트너스, 캡스톤라플라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누적 14억 원 이상의 시드 투자 유치 및 팁스(TIPS)를 포함한 다수의 정부 국가 연구과제 선정, 철벽 IP 포트폴리오 : 미국 퍼듀대학교 원천기술 전용실시권 독점 확보 및 전 세계 총 38건(등록 7건 포함)의 글로벌 특허 장벽 구축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