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늪' 빠진 與…친청 "조사 공개하라" 친명 "발표하겠다"

입력 2026-10-23 17:35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3일 신천지의 당내 경선 개입 의혹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친청(친정청래)계가 조사 결과와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친명(친이재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민주당의 서울시장 재선거 구상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여당 지도부의 계파 갈등까지 격화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은 “신천지 개입 의혹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과 당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연합의 근거도 공개해야 한다”며 “근거가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신천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민석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에 신천지 개입 의혹을 조사한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친명계 박선원 최고위원이 발끈했다. 박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주재한 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다 공개하겠습니다. 제가 책임자입니다. 왜 안 해야 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소통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나섰지만 다른 지도부 인사들의 만류로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지도부의 설명은 엇갈렸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는 기본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친청계 최민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박 단장의 조사 결과 처리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이 없다”며 “조사 결과와 데이터 출처, 입당 시기 등을 낱낱이 공개하고, 근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없으면 없다고 사실대로 밝히길 바란다”고 가세했다.

갈등은 8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신천지의 조직적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대표는 경쟁자이던 정 전 대표 측을 겨냥해 반명 세력과 분열주의 세력, 신천지가 비밀연합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달 14일 “(조사 결과) 상당한 정도의 집단적 가입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증언들이 있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사 결과를 요약해 먼저 공개한 뒤 세부 내용은 추가 검증을 거쳐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절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을 놓고도 친명계와 친청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이번 주 추가 최고위를 열어 공개 방식과 시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