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街)는 이번주 코스피지수가 바닥 다지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결정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재확인하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25일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5100~6400선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3일 코스피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하락세를 멈추고 5500선을 사수했다.
이번주에는 미 Fed가 금리 결정에 나선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기준금리 결정은 28일 오후 2시, 한국시간 29일 오전 3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FOMC 위원들이 올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이 더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케빈 워시 미 Fed 의장이 더 강경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그러나 최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올해 말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고 데이터를 검토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9월 회의에서 우리가 취한 정책 조치(금리 인상)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 금리 경로를 예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 연설 이후 시장은 10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0%에서 50%로 낮춰 반영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약 6일 앞두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곤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도 잔존해 이번 회의에서 긴축 경로가 강화될 경우 증시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삼성전자(29일)와 SK하이닉스(28일)의 3분기 실적 발표다. 이번 발표에선 실적 그 자체보다 향후 이익 전망이 여전히 견조한지, 추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힌트가 나올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공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는 한국 기업 역사상 처음이자 글로벌 테크 기업 중에서도 최초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98조2257억원, 영업이익은 76조9640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1.76%, 576.11% 급증한 수치다.
다만 최근 미국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신용 위기, 메타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등이 공개되면서 오히려 관심은 실적보다 추가 주주환원 정책에 쏠려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각각 15조원,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양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합하면 총 55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8월20일부터 진행한 자사주 매입을 끝냈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월24일부터 10월6일까지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5685만주) 매입을 완료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70조~80조원의 현금배당과 30조~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및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약 30조원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만큼 4분기에는 40조~50조원 규모의 추가 배당을 실시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 이슈로 불거진 중복상장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력한 카드가 회사의 추가 환원 정책이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이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확정될 경우 기타법인 매수세가 외국인 매도 물량을 일부 흡수하면서 코스피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매크로 불안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수 반등보다는 확산을 통한 바닥 다지기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이점을 근거로 한 무조건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방어적 영역에 대한 비중도 여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