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통신그룹 NTT가 직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계열사 간 인력 이동 제도를 도입한다. 분리·분할 이후 굳어진 계열사 간 장벽을 낮추고 차세대 통신 등 전략 분야에 인재를 집중하기 위해서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NTT는 이달 중 주요 계열사 66곳에서 인재 스카우트 제도를 시행한다. NTT데이터그룹과 NTT도코모, NTT동일본, NTT서일본 등이 참여한다. 대상은 임원을 제외한 입사 3년 초과 직원으로, 일본 내 전체 직원 약 19만 명의 절반을 넘는다.
직원이 공통 시스템에 자신의 역량과 경험, 희망 경력 등을 등록하면 각 계열사가 익명으로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는 방식이다. 이후 면담을 거쳐 양측이 합의하면 소속 회사를 옮길 수 있다. 일정 기간 근무한 뒤 복귀하는 파견이 아니라 고용 관계 자체를 옮기는 ‘전적’ 방식이다. 첫해에는 수천 명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통신에 그룹 인재 결집NTT가 인력 이동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차세대 통신 기반인 ‘아이온’의 사업화 등 핵심 사업에 그룹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아이온은 소비전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로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등 해외 기업과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사와 부문을 넘나드는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
NTT는 2020년 NTT도코모, 2025년 NTT데이터그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통합 운영을 추진해왔다. 2023년에는 직원이 채용 공고를 낸 부서에 직접 이동을 신청하는 사내 공모 제도도 도입했다. 이번에는 계열사가 필요한 직원을 찾아 제안하는 방식까지 추가하는 것이다.
NTT는 1985년 민영화와 1999년 분리·분할 이후 사업회사별 독립 운영 체제가 굳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존에도 계열사 간 인사이동은 있었지만 각 회사 인사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시장 독점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로 그룹 재편 등에 정부 허가가 필요한 점도 통합 운영의 제약으로 작용했다. NTT는 인사제도 개편으로 실질적인 협업 기반을 강화하고 사업 간 연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를 포함한 NTT그룹의 직원은 약 34만 명으로 일본 기업 중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대 조직인 NTT의 이번 시도가 계열사 간 장벽과 인력 배치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일본 기업의 그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