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구직자 절반 이상이 희망하는 직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때문에 아예 다른 직무로 옮길지를 고민했거나 이미 전환에 나선 구직자도 55%에 달했다. 특히 경영·사무 직군과 인문계열 전공자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컸다.
23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1942명을 대상으로 'AI 시대 취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에 AI 대체 위험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28%,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였다.
AI 확산은 취업에 대한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발전 이후 취업 자신감이 낮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0%였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28%, 오히려 높아졌다는 답변은 22%로 집계됐다.
AI 대체 가능성을 크게 느낄수록 자신감 하락도 두드러졌다. 희망 직무의 AI 대체 위험에 동의한 구직자 가운데 64%가 취업 자신감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대체 위험에 동의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같은 응답이 22%였다.
직무 전환까지 고민하는 구직자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 55%가 AI 때문에 다른 직무로 전환할지를 생각해봤거나 이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AI 대체 위험을 느끼는 집단에서는 이 비율이 64%로, 그렇지 않은 집단(34%)보다 30%포인트 높았다.경영·사무 구직자 70% "AI 대체 위험"
희망 직무에 따라서도 체감하는 위험에는 차이가 컸다. 경영·사무 직무를 희망하는 구직자의 70%가 AI 대체 가능성을 우려해 조사 대상 직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IT·인터넷이 63%로 뒤를 이었고 디자인 60%, 생산·제조 59%, 무역·유통 57%, 마케팅·광고·홍보 54%, 미디어 50% 순이었다. 반면 의료는 30%로 가장 낮았고 건설 41%, 교육 43%, 연구개발·설계 44%, 서비스 46% 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영·사무 직무 희망자는 취업 자신감 하락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AI 기술 발전 이후 자신감이 낮아졌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직무 전환을 고려했거나 진행하고 있다는 응답도 62%로 전체 평균인 55%를 웃돌았다.
전공별로는 인문계열에서 AI 대체 위험을 우려하는 비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사회계열 61%, 예체능계열 58%, 공학계열 54%, 교육계열 49%, 자연계열 48%, 의약계열 28% 순이었다.
인문계열 전공자는 취업 자신감이 낮아졌다는 응답도 60%로 가장 높았다. 의약계열은 같은 응답이 24%로 가장 낮아 차이를 보였다.취준 길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져취업 준비 기간이 긴 구직자에게서는 자신감 하락이 더욱 뚜렷했다. 취업을 준비한 지 2년 이상 된 응답자 가운데 76%가 AI 기술 발전 이후 취업 자신감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 50%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AI가 실제로 특정 직무를 얼마나 대체할지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구직자들이 느끼는 대체 위험과 취업 자신감 등을 조사한 결과다. 다만 취업 준비 기간이나 희망 직무·전공에 따라 AI 확산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났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본부장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직무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AI 대체 위험을 더욱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단순 업무 수행 능력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검증하는 역량이 취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