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조에 5% 세금 뗀다…저커버그 '이곳' 남는다

입력 2026-10-22 21:30

억만장자에게 순자산의 5%를 한 차례 과세하는 일명 '억만장자세'를 피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떠나려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이사 계획을 유보했다.

메타는 올 3분기 실적 발표일인 21일(현지시간) 저커버그 CEO가 향후 8년간 메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한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 8월 ‘주민발의안 40호’가 주민투표를 통과할 경우 캘리포니아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메타 이사회 특별위원회에 전달했다. 주민발의안 40호는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3229억원) 이상인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에게 순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과세하는 내용으로, 오는 11월 3일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위원회는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저커버그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 남아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억만장자세가 통과되면 저커버그의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약 2400억달러(약 317조5000억원)로, 5%를 과세할 경우 수십억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가 의결권이 있는 메타 주식을 처분한다면 현재 60.6%인 의결권 지분율이 5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위원회는 저커버그가 캘리포니아에 남되 부유세 납부로 인한 경영권 약화는 막는 방법을 찾았다. 메타는 저커버그가 캘리포니아에 남는 대신 의결권이 없는 ‘C형’ 주식을 지급, 그가 이 주식을 처분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C형 주식의 매도 제한은 향후 8년간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메타는 “이번 조치의 목표는 저커버그가 캘리포니아에 머물면서 회사 경영을 계속하고 메타 초지능 연구소와 가까운 곳에서 긴밀히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는 실리콘밸리의 거액 자산가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억만장자세 주민투표를 2주 앞두고 캘리포니아 부유층 여론은 술렁였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억만장자세 반대 단체에 1억달러 이상 기부했다. 이 단체는 억만장자세가 부유층의 캘리포니아 이탈을 불러 오히려 세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폴 크루그먼, 대런 애쓰모글루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인은 지난달 억만장자세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억만장자들이 각종 세제상 허점을 이용해 자본수익에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데 비해 평범한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왔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에는 250명 넘는 억만장자가 거주한다. 이들의 총자산은 2조30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