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보호에 박해진 유럽…EU, 부적격 이주민 추방 확대

입력 2026-10-22 19:41
‘반(反)이민’ 정서 확산으로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의 난민·이민자 관련 정책이 바뀌고 있다.

EU는 지난 6월 이주민과 난민 유입에 대한 장벽을 한층 높이는 ‘EU 이민·난민 협약’을 발표했다. 불법 이주민에 대한 엄격한 국경 통제와 부적격 이주민 추방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다. 망명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이주민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관문 국가’에 설치된 특별 수용시설에 최대 12주 동안 머무르며 심사받아야 한다. 독일 DPA통신은 “조치의 목적은 이주민들이 첫 도착 국가에서 EU 내 다른 나라로 옮겨 가는 ‘2차 이동’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U 회원국들 역시 이민자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독일은 2024년부터 망명 신청자가 일반 생계비 지원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늘렸다. 이민자가 낮은 생계 보조금을 적용받는 최대 기간을 기존 18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한 것이다.

난민·이민 관련 재정 지원 역시 줄이는 추세다. 독일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예산은 248억유로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난민 보조금도 현금 대신 사용처가 제한된 카드로 충전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헤센주는 현금 인출을 원칙적으로 월 50유로로 제한하고 카드를 통한 해외송금도 차단했다.

프랑스에선 불법 체류 외국인의 국가의료지원(AME) 이용 조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AME는 불법 체류 외국인 가운데 극빈층에게 최소한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3개월 이상 프랑스에 거주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일반·응급 진료, 입원, 예방접종, 임신·출산 관리, 치과 치료 등을 사회보장 요율 한도에서 정부가 100% 지원했다.

하지만 국민연합(RN)은 불법 체류자에게 국가가 세금으로 과도한 혜택을 줘 이민 유입을 부추긴다며 제도 개선 또는 폐지를 요구해왔다. ‘질병 치료나 예방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의료 행위’를 AME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2025~2026회계연도 망명자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8% 줄인 43억6000만파운드로 책정했다. 망명자의 호텔 사용 축소와 심사 적체 해소로 예산을 절감한다. 2029년까지 망명 신청자의 숙소로 호텔을 사용하는 관행을 끝내고, 신청·불복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해 지원 기간을 줄이는 게 목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영국 호텔에 머무는 망명 신청자는 1만6000명에 달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