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2일 오후 2시57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증시 조정장이 길어지면서 원금보장형 투자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지수연동예금(ELD)에 뭉칫돈이 밀려들고 외화예금과 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원금을 지키면서 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약세장의 피난처로 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발행된 ELB는 10조4623억원어치로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었다. ELB는 투자금 대부분을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넣고 일부를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에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주식 관련 자산의 가치 변화에 따라 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내건 상품이 많다. 기초자산 가치가 떨어져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발행한 증권사가 원금을 돌려준다.
국내 증시 호황기이던 올해 상반기까지 외면받은 ELD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9000을 넘어선 6월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ELD 판매액은 7803억원으로 줄었지만 7월 이후 매달 1조원어치 이상 팔리고 있다. 이달 판매액은 20일 만에 8000억원을 넘어섰다. ELD는 투자 기간에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정해진 상한선을 넘기지 않으면 일정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달러예금 잔액은 4년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고 골드바 판매도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얼어붙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ETF 판매액은 5월(12조5881억원) 정점을 찍은 뒤 매달 급감하고 있다. 하락장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52% 내린 5533.77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19% 떨어졌다.증시 조정장 '원금보장+초과수익' 상품에 투자
손실 피하면서 수익 내는 전략…녹아웃 족쇄 없앤 ELB 등 관심 원금 보장형 투자상품에 돈이 몰리는 건 조정장 속에 안전한 투자 수익을 내려는 심리가 확산해서다. 증시 변동성과 손실은 피하되 수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투자자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조정장이 길어질수록 안정형 금융상품과 금 같은 대체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안정형 투자상품에 거액 몰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이 판매한 지수연동예금(ELD)은 3조4811억원어치로 같은 기간 39.1% 급증했다. 같은 시기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는 8조625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ELB와 ELD에 각각 1조8370억원, 8000억원이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ELB는 채권, ELD는 예금상품이다. 하지만 파생 구조를 쓴다는 점에서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다. 코스피200지수와 개별 종목 주가에 연동돼 가격이 정해진 범위에서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다만 ELS와 달리 주가지수가 떨어져도 원금은 보장된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까다로운 ‘녹아웃’ 조건이 투자 장벽으로 작용했다. 녹아웃은 투자 기간에 기초자산 상승률이 한 번이라도 정해진 기준을 넘기면 최저 수익률로 확정되는 조건이다. 이 같은 조건 때문에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대부분의 ELB·ELD 수익률이 연 1~2%에 그쳤다.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구조로 ELB·ELD를 설계했다. 신한은행은 판매 중인 ELD 5개 유형 가운데 4개에서 녹아웃 조건을 없앴다. 하나은행은 녹아웃 기준을 기존 20~30%에서 최대 40%로 높였다. 농협은행은 녹아웃이 발동돼도 연 3.2% 금리를 적용하는 ELD를 판매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이 23일까지 판매하는 ‘한화스마트ON ELB 183호’는 투자 기간에 마이크론 주가 상승률이 140% 이하면 최고 32% 수익률을 돌려준다. 이 밖에 매달 이자를 주는 월 지급식 ELB 상품 등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증시 조정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ELB와 ELD 수익률은 가입 시점 대비 특정 시점의 지수 상승률로 정해진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빠진 현시점에 가입하면 ‘기준점’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고수익 원금 보장형 상품 수요가 증가하자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금융회사도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 코스피200지수와 연동한 ELB 펀드를 출시했다. 부산은행과 기업은행은 올해 각각 15년, 5년 만에 ELD 판매를 재개했다.◇각광받는 외화예금달러와 금도 주목받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투자처를 다각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5대 은행의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143억달러였다. 2021년 12월(146억5000만달러) 후 4년10개월 만의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로 떨어지고 예금금리는 연 4%로 올라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엔화 투자도 원·엔 환율 하락으로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19일 개인 엔화예금 잔액은 2656억엔으로 6월 말보다 43% 증가했다.
시들하던 금 투자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15일 기준 430억3000만원이다. 4월(490억1000만원) 후 가장 많다. 남태교 하나은행 롯데월드타워골드클럽 프라이빗뱅커(PB)는 “증시 급등 이후 수익률 눈높이가 높아져 정기예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상품에 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유림/장현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