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를 증시에서 퇴출하는 규정에 따라 코스닥 상장사 5곳에 처음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상장폐지가 실현될 경우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 지난 7월 도입한 제도가 실제 퇴출 절차로 이어지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앞서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절차가 법원 결정으로 멈춘 만큼 대상 기업들의 법적 대응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케이지애강과 뉴인텍, 형지글로벌, 아이스크림에듀, 바른손이앤에이 등 5개사에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들 기업은 주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후 정해진 기간 안에 주가 회복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날 티케이지애강은 전 거래일 대비 2.64% 내린 773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인텍과 형지글로벌은 각각 544원, 301원에 마감했다. 아이스크림에듀와 바른손이앤에이의 종가는 각각 527원과 418원으로 집계됐다. 5개사 모두 상장유지를 위한 주가 기준인 1000원을 밑돌았다.
동전주 퇴출 규정은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지정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구조다. 개선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남은 기간 안에 연속 45거래일 요건을 채울 수 없게 되면 퇴출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는 앞서 이들 5개사와 이노인스트루먼트, 제이엠아이, E8 등 8개사에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를 안내했다. 이 가운데 이노인스트루먼트와 제이엠아이, E8은 주식병합 절차에 들어가 거래가 정지됐다. 나머지 기업들은 주가 회복 여부에 따라 상장유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번 대상에는 건설자재와 전자부품, 의류,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포함됐다. 티케이지애강은 건물의 급수·난방·소방에 사용하는 배관재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뉴인텍은 전기를 저장하고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부품인 커패시터와 그 원재료인 증착필름을 생산한다. 가전제품과 친환경차, 전력설비 등에 쓰이는 제품을 공급한다.
형지글로벌은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전개하는 패션기업으로, 지난해 까스텔바작에서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아이스크림 홈런'을 중심으로 디지털 교육 콘텐츠와 스마트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영화 '기생충' 제작사로 알려진 콘텐츠 기업으로 영화·드라마 등의 제작과 투자·배급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부실기업 퇴출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동전주 기준은 낮은 주가가 장기간 이어지는 기업을 걸러내는 장치다. 다만 주가가 낮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나 사업 경쟁력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워 시가총액과 재무 요건 등 다른 상장유지 기준과 함께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병합을 통한 대응에도 한계는 있다.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치면 이론적으로 주당 가격은 높아지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업 전체의 가치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병합으로 1000원 기준을 맞추더라도 이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거나 다른 상장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 위험이 남는다.
향후 절차의 변수는 대상 기업들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지다. 앞서 시가총액 미달 요건에 따른 상장폐지는 일부 기업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절차가 유예됐다. 다만 당시 쟁점이 된 기준 강화의 시행 시기와 동전주 규정의 도입 경위가 다른 만큼 같은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기업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규정 개정의 부당성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도 앞서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사례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이번에도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관련 규정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리매매와 최종 상장폐지 일정은 거래소 공시 및 대상 기업의 법적 대응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