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축제가 이상기후에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폭염과 가뭄, 고수온에 생산 여건이 흔들려 낙지가 잡히지 않아 축제를 취소하고, 송이 수확을 기다리느라 개최 시기를 늦추는 식이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던 지역 대표 축제들은 임시방편으로 이름이나 주력 콘텐츠를 바꿔 열고 있다. 축제 특수를 기대하던 지역 상권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표 특산물로 축제 운영 못해
22일 전남광주 무안군에 따르면 다음달 예정됐던 제4회 무안갯벌낙지축제(사진)는 생산량 급감으로 취소됐다. 이 지역 낙지 어획량은 2023년 303만2140마리에서 2024년 160만9220마리로 반토막 나더니 지난해 62만7220마리로 2년 새 79.3% 줄었다. 올해 상반기 위판량(산지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량)도 약 1만4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200마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년간 이어진 고수온과 남획, 갯벌 서식 환경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축제 때도 낙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무안군은 내년부터 다른 수산물까지 포함하는 축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 특산물만으로는 도저히 행사를 유지할 수 없어진 것이다.
경남 창원진동미더덕축제도 올해 열리지 못했다. 산소가 부족한 물 덩어리가 발생하는 빈산소수괴 현상과 고수온 등의 영향으로 경남 미더덕 생산량은 2021년 2690t에서 지난해 136t으로 급감했다. 올해 흉작 우려로 축제가 취소됐으나 이후 봄철 생산량이 회복되며 지역 어민 사이에서 판촉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 변동성이 커져 생산량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점도 축제 운영의 변수가 됐다.
겨울 축제 역시 기상 여건에 발목이 잡혔다. 올해 1월 예정됐던 강원 인제빙어축제는 지난해 가을장마에 따른 소양강댐 수위 상승과 초겨울 고온 등으로 빙판 조성에 차질을 빚어 취소됐다. 2024년부터 3년 연속으로 축제가 무산되자 인제군은 장소 변경 및 얼음낚시 대체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시기 늦추고 축제 간판도 바꿔가까스로 축제를 연 지역도 행사 계획을 손질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경북 봉화군은 송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축제 시기를 평년보다 최대한 늦춰 이달 15~18일 행사를 열었다. 보통 9월이면 출하가 시작되는데, 폭염과 가뭄이 이어져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봉화군산림조합은 지난달 말 올해 작황을 예년의 20~30% 수준으로 전망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지역 생산 송이 물량만으로는 축제를 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축제의 송이 유통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릉도는 오징어 생산량이 줄어들자 올해 오징어축제 개최 시기를 8월에서 7월로 앞당기고 조업 어선 승선과 별자리 관찰 등 체험을 늘렸다. 부산 명지시장 전어축제는 고수온에 따른 어획량 감소로 물량을 가까스로 확보했다. 올해 1~7월 전국 전어 어획량은 2117t으로 고수온 피해가 컸던 2024년 같은 기간(2486t)보다 적었다. 부산 강서구와 상인들은 문화·체험 행사 보완을 논의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2024년 여름 폭염으로 새조개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해 2월 축제를 ‘남당항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확대 개편했다. 새조개 외에 다른 수산물까지 선보여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조치였다.
농수산물 생산 감소에 축제 취소까지 겹쳐 농어민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품목의 수확기와 결빙 시기 등 기상 여건에 의존하는 축제일수록 대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을 상징하는 색, 단어 등 포괄적인 주제를 선정해 날씨와 계절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