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19명이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에 법인세·소득세를 깎아주는 생산세액공제 제도 도입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공동 발의했다. 정쟁으로 내달리던 여야가 미래 첨단 제조 산업의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만으로도 반갑다. 생산세액공제를 담은 법안은 10여 건이 나와 있지만 여야 의원의 공동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줄 뿐 생산자 직접 지원은 턱없이 미흡하다.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한 품목에 생산량에 기초해 감세하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두 달 전 나왔지만 전기차는 6개 공제 대상 품목에서 빠졌다. 주요 경쟁국이 고율 관세, 역내 생산 우대 등 자국 전기차산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유럽연합(EU)은 각각 최대 127.5%, 43.5%의 높은 관세 장벽을 쌓고 있다. 중국은 15년간 340조원의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일본도 전기차 1대에 40만엔까지 세액공제해주는 전략 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운영 중이다. 인도 역시 적격 매출의 13~16%를 생산연계 인센티브로 되돌려준다.
한국의 대응은 한가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중국산 자동차 관세는 8%로, 중국이 한국 차에 매기는 15%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구매보조금도 투입된다. 중국산 하이브리드카 수입을 연 35만 대로 억제하며 역내 산업 보호에 안간힘을 쓰는 유럽 등 선진국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 결과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중 중국산(상하이산 테슬라 포함) 점유율은 35%로 수직 상승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모터, 센서, 반도체 등은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미래 제조업의 기반이다. 경제·데이터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외산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를 통해 정밀 도로망·시설물, 운전자·보행자 이동 경로까지 유출될 수 있다. 다행히 이형일 부총리 취임 후 세액공제에 미온적이던 정부 기류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외국 전기차가 국내 도로를 잠식하고 나면 백약이 무효다. 전기차 생태계를 지킬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