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글로벌 자본이 한국으로 오는 길

입력 2026-10-22 17:42
수정 2026-10-23 00:18
“한국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전략과 맞으면서 실력을 갖춘 운용사를 찾고 있습니다.”

‘ASK 싱가포르 2026’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투자자의 공통된 요청이었다. ‘ASK 싱가포르 2026’은 한국 투자 기회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 21일 현지에서 개최됐다.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의 가능성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잘 알고 있었다. 행사에서 투자 전략을 소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재단의 투자회사 노보홀딩스아시아는 “한국의 혁신성은 세계적으로 두드러진다”며 “한국처럼 뛰어난 연구개발(R&D) 역량과 인재를 갖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는 “한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K팝 등 창의적인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나라”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문화·콘텐츠산업에 조만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자산운용그룹인 세비오라는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투자자는 한국의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부동산 운용사와 만나기 위해 행사 전부터 조율을 요청했다. 현장에서도 투자자는 운용사의 전략을 경청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투자자가 원한 것은 한국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관문이었다. 자신들의 투자 전략에 맞는 운용사가 어디인지,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필요한 것은 투자자와 운용사가 서로를 발견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접점’이었다.

많은 한국 운용사는 우수한 실적과 투자 전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역량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기간 관계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을 기회가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운용사라도 해외 투자자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운용사의 투자 전략과 실적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알아갈 기회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 자본시장의 세계화를 얘기할 때 흔히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가 거론된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려면 그에 못지않게 해외 투자자와 국내 운용사가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ASK 싱가포르 2026’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던 투자자와 운용사, 기업이 연결되고 협력을 기약했을 때다.

글로벌 자본을 더 많이 끌어들여야 산업 혁신의 수레바퀴가 더 빨리 돈다. 우리 기업의 성과를 더 키울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에 정부와 금융회사가 공을 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