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반하겠네…'아재옷'인줄 알았던 이 브랜드 '대변신' [장서우의 하입:hype]

입력 2026-10-22 19:00
수정 2026-10-22 20:03

13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난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 네파가 ‘2030 잡기’에 한층 힘을 싣는다. 40~50대 위주였던 고객층을 넓혀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격화된 아웃도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정미 네파 부사장은 22일 서울 청계산 입구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웃도어 웨어를 출퇴근 등 일상에서 활용하는 ‘코프코어’(corp-core) 트렌드를 겨냥해 고품질 아우터(외투)의 종류를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코프코어’ ‘영 럭셔리’ 정조준네파는 이번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경량 아우터와 프리미엄 재킷, 고기능성 다운 등을 선보였다. 가장 주력한 지점은 경량화다. 기존 경량 패딩 ‘에어써밋’보다 더 가벼운 ‘에어써밋 라이트’를 내놓는 등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발열 기능이 있는 소재를 안감에 사용해 방풍성, 보온성 등을 높이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웜터’(warm과 winter의 합성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년 대비 춥지 않은 가을·겨울이 지속되면서 가벼운 아우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능성 의류의 일상화를 목표로 레이어링이나 패커블(들고 다니기 쉬운)에 용이하도록 실용성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취향에 맞는 제품이라면 고가여도 선뜻 지갑을 여는 ‘영 럭셔리’(young luxury) 세대를 겨냥해 프리미엄 라인도 강화했다. 기존에 있던 ‘아르떼 럭스’ 라인을 고어텍스 소재로 기능성을 더한 ‘아르떼 테크’, 트렌디한 디자인에 방점을 둔 ‘아르떼 아이콘’ 등으로 세분화한 데 이어 경량화에 무게를 둔 ‘프리미아 럭스’ 라인도 추가해 제품군을 한층 다양화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FW 시즌 출시한 ‘스타일 테크 다운’(아르떼, 프리미아, 벤투스 등) 컬렉션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30대에서 나왔다”며 “불경기임에도 소비력을 갖춘 젊은 세대의 아웃도어 의류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질 좋은 제품 하나를 사서 오래 입으려는 이른바 ‘압축 소비’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르떼 럭스 라인은 네파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등산화도 신성장 동력이다. 2019년 출시한 중등산화 칸네토는 현재까지 누적 35만 족 넘게 팔린 네파의 시그니처 상품이다. 작년 9월 4세대인 ‘칸네토 트랙션 맥스’를 출시하며 기능성과 디자인을 고도화해 왔다. 김 부사장은 “MZ세대 사이에서 트레킹화로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아웃도어 대가족’ K2코리아그룹 품으로…“시너지 기대”2013년부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산하에 있던 네파는 올해 K2코리아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배정 유상 증자에 K2코리아그룹이 참여해 신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과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낸 만큼, 신제품 기획과 디자인 연구·개발(R&D), 브랜드 마케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네파는 MBK에 인수될 때부터 막대한 인수금융을 떠안았고, 매년 200억~300억원대 이자를 부담하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마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이상 늘었고, 리뉴얼한 매장의 점당 매출도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K2코리아그룹과의 시너지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4~2025년 2년 연속 적자를 낸 네파는 작년부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물류·유통 구조를 효율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매진해 왔다. 판매율이 높은 시그니처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동시에 로봇 자동화 SCM(공급망 관리) 인프라 체계를 갖춘 평택 스마트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물류 체계를 고도화했다.

K2코리아그룹 산하에서 네파는 독립된 브랜드로 운영된다. 김 부사장은 “K2코리아그룹이 네파 인수를 결정한 건, K2코리아, 아이더, 노르디스크 등 기존 소유 아웃도어 브랜드와 네파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자 부담을 덜어낸 만큼 브랜딩과 R&D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비교적 약했던 신발 카테고리에선 국내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어 낸 K2코리아그룹과의 시너지가 특히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등산화 관련 전문 연구소를 운영하는 K2코리아그룹의 R&D 능력을 네파 제품에 결합해 고기능·고품질 등산화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K2코리아그룹은 네파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 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회사들과 여러 차례 프레젠테이션(PT)과 미팅이 있었다”며 “아웃도어 시장이 활황인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네파의 합류로 K2코리아그룹은 아웃도어 브랜드 합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이 됐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업체 중 연 매출이 1조원을 넘긴 곳은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 한 곳뿐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