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화물 운송에 쓴 연료비를 여객기 이용객들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산정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마쳤지만, 약 10개월째 새 기준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을)은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유류할증료 산정기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잘못된 유류할증료 산정기준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이 오를 때 항공사가 추가로 드는 기름값을 보전하기 위해 항공권 기본운임 외에 따로 받는 돈이다. 승객 한 명을 운송하는 데 연료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산정하는 방식에 따라 부과액이 달라진다.
문제는 항공사가 운항하는 여객기가 승객뿐 아니라 화물도 함께 실어 나른다는 점이다. 화물 운송에 드는 연료비를 여객 부문에 과도하게 배분하면 승객이 부담하는 유류할증료가 높아질 수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A항공의 여객과 화물 중량 비중은 각각 84.4%, 15.6%였다. 그러나 항공사는 전체 연료소모량의 97.1%를 여객 운송에 사용한 것으로 계산했다. 화물 운송에 배분한 몫은 2.9%에 그쳤다. B항공은 화물의 중량 비중이 13.2%였는데도 연료소모량 전부를 여객 부문에 배분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2016년 유류할증료를 인가하면서 이 같은 배분 방식이 적정한지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래된 운항자료를 계속 사용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2016년 인가된 유류할증료 부과기준표가 이후 갱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료효율이 좋은 신형 항공기가 도입되거나 탑승률이 달라져도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실제 추가 연료비와 승객에게 걷는 유류할증료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했지만 아직 새로운 산정기준을 도입하지 않았다. 정채교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보시라'는 김 의원의 발언에 "저희가 속도를 더 내보겠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김 의원실이 확보해 제공한 대한항공 자료를 분석하고 산정 근거 공개를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와 중국 칭다오 노선에는 각각 31달러의 유류할증료가 부과됐지만, 여객과 화물의 중량에 비례해 연료비를 나누면 각각 약 15달러와 18달러가 적정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여객에게 연료비 부담이 과도하게 배분되는 문제를 지적했고,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까지 끝났는데도 개선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새 기준 도입 전이라도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임시조치를 검토하고, 부당 부과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차액 환급 등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