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쿠팡 CCTV 조작은 없어"…'산재 은폐 의혹' 벗을까

입력 2026-10-23 10:30
수정 2026-10-23 10:41

고용노동부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장덕준씨의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부적절한 지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를 적용할 만한 행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쿠팡은 "확인되지 않은 전직 임원의 주장을 사실로 확정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쿠팡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결과 브리핑에서 김 의장이 2020년 10월 장씨 사망 이후 내부 관계자들에게 고인이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고인의 물 마시기와 화장실 이용, 대기·대화 시간 등을 분류하고 근무 행태를 정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CCTV 관련 의혹이다. 2025년 12월 김 의장의 메시지 등이 보도 되면서 산재 은폐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회사 관계자들이 CCTV를 분석해 고인의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취지의 분석 결과를 작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쿠팡의 CCTV와 출퇴근 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쿠팡이 근로복지공단에 고인의 모습이 담기지 않은 영상을 먼저 제출한 뒤, 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추가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CCTV 분석 지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제출하거나 활용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는 산재 은폐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뿐 아니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은폐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씨 사망 당시 중대재해 발생 사실이 노동당국에 보고됐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과정에서 회사가 승인을 방해한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조직적 은폐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 법 감정과 법상 은폐죄 사이에 차이가 있다”며 “당시 했던 행위들이 부적절했다는 정도로 답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노동부 발표에 유감을 표명했다. 쿠팡은 입장문에서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장씨 사망 사건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가 2025년 10월 만료됐으며, 관련 고발은 같은 해 12월과 올해 1월 접수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쿠팡에서 산재요양 신청 취하를 유도하거나 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2건을 범죄인지해 수사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