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이상 집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부동산 시장에 퍼진 추가 대출 규제설을 정부가 공식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의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정책은 과거 시행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2019년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대책)입니다. 당시에는 규제선 아래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와 현금 보유자에게 매수 기회가 집중된다는 논란이 뒤따랐습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추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비슷한 사례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유포된 글에는 '주담대 추가 규제 준비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15억원 이상 주택은 대출을 금지하고, 10억원을 넘는 주택은 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10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으로 줄인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현행 한도와 이른바 '추가 규제안'을 나란히 적은 형태였습니다.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내용으로 발표됐거나 시행을 앞둔 정책이 아닙니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최대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이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가 4억원, 25억원 초과가 2억원입니다. 실제 대출액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따라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정 가격을 넘으면 구입용 주담대를 아예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다음 날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금지했습니다. 무주택자도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은 이번 유포 글에 적힌 '15억원 이상'과 달리 '15억원 초과'였습니다.
같은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비율도 낮췄습니다. 9억원까지는 LTV 40%, 초과분에는 20%를 적용했습니다. 시가 15억원 아파트의 LTV상 대출 가능액은 4억8000만원이었지만, 시가가 15억원을 넘으면 구입용 주담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상환능력 등 다른 조건을 따지기 전부터 가격 경계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리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규제선 아래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지적됐습니다. 대출 없이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수요자가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을 찾는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2월 당시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 59㎡는 그해 11월 12억원에서 12월 26일 13억원으로 거래가격이 높아졌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강남권의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검토하던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반대로 규제선 바로 위에서는 호가를 낮추는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경기 과천시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 84㎡는 당시 15억5000만원이던 호가가 대책 이후 14억9900만원으로 조정됐습니다. 매수자의 대출이 막혀 거래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매도자가 가격을 규제선 아래로 낮춘 것입니다. 당시 일부 부동산 공인 중개 사무소를 중심으로는 일부러 가격을 '15억원' 밑으로 담합하는 '가두리' 행태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현금 보유 규모에 따른 진입 기회의 차이도 쟁점이었습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줄었지만, 현금이 충분한 매수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분양시장에서도 중도금·잔금 대출 제약이 겹치면서 강남 청약의 기회가 현금 보유자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현재는 거래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서울 전역 등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원칙적으로 실거주를 요구합니다. 은행 대출이 부족한 매수자가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승계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제한됩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무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유예 특례가 있지만 모든 매수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추가 대출 규제를 가정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매매 거래량부터 줄고 서울의 10억~15억원 안팎 평균·중위 가격대 아파트는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며 "다만 시간이 갈수록 대출 규제의 가격 안정 효과는 작아질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가격 안정 흐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9년에는 은행 대출이 막혀도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주택을 살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실거주 의무로 이런 방식이 제한된다"며 "부동산은 거래 비용이 많이 들어 작은 가격 변화에 바로 움직이는 자산이 아닌 만큼 대출이 막힌 수요는 구매력을 더 모으면서 상당 기간 전월세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를 포기한 수요가 임대차 수요에 더해지면 전월세 가격 불안이 커지고 높아진 임대차 비용이 다시 매수를 자극하는 '부메랑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자기자본 여력이 매수 가능 여부를 가르게 돼 현금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실수요자 사이의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