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을 시간이에요"…할머니 챙기는 특별한 '도우미' 정체 [차이나 워치]

입력 2026-10-23 11:33
수정 2026-10-23 12:34


지난 21일 찾은 중국 안후이성 우후시에 있는 체리자동차 글로벌 기술혁신 센터. 센터가 위치한 널찍한 캠퍼스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목줄을 연결한 반려 로봇개를 데리고 곳곳을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발로 걷는 로봇개는 직원의 발걸음에 맞춰 방향을 바꾸며 이동했다.

캠퍼스 한켠에 자리한 신제품 발표회장 인근에선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참석자들을 맞았다.



이날 체리차의 로봇 계열사 아이모가는 키 90㎝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모보를 처음 공개했다. 이날 아이모가는 모보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직접 무대에서 연출했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돌봄 기능,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영어를 가르쳐주며 춤과 놀이도 함께 하는 육아 기능 등이다.

특히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 로봇이 들어온 미래를 보여주는 상황극을 선보여 모보의 활용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업체 체리차가 가정용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동차를 만들며 축적한 인공지능(AI)과 정밀 제조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고 세계 각국에 구축한 판매망까지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부품의 공동 구매와 생산 표준화로 로봇 제조원가를 낮추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급성장한 체리차가 로봇을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 얼굴 기억하고 20개 언어 가능 모보는 키 90㎝에 무게 18㎏으로 22개의 관절 운동 자유도를 갖췄다. 둥근 외형과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어린이와 노년층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며 2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동화를 읽어주고 노인에게는 복약과 일정 등을 알려준다.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고 가족 구성원과 나눈 대화와 생활 정보를 기억해 다음 대화에 활용하는 장기 기억 기능도 갖췄다.

샤펑 아이모가 수석부사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모보가 최대 16개의 작업을 병렬 처리하고 작업 중단 상황에 0.2초 이내로 대응할 수 있다고했다.

실제 시연에서는 모보가 회의 알림과 순찰 업무를 수행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자 이에 답변한 뒤 기존 작업을 다시 이어갔다. 샤 부사장은 "모보에 작업을 맡기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작업을 진행한 뒤 결과를 보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모보는 얼굴 인식으로 가족 구성원을 구분하고 대화 내용과 경험 등을 사용자별로 기억한다. 외부 서버로 전송되는 데이터는 기기 내부에서 비식별화와 보안 검사를 거치도록 설계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발표회 이후 직접 방문한 아이모가 생산 공장에선 끊임 없이 데이터 학습과 인간 모방 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모보의 활용법을 직접 보여준 아이모가의 한 직원은 "사람의 명령에 단순히 반응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작업 계획과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결합한 이중 두뇌 구조가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주변 공간과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사람이 다가오면 속도를 줄이거나 길을 양보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아직 모보의 정식 판매가격과 구체적인 인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동차 생산·공급망 활용 체리차가 로봇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자동차와 로봇이 공유하는 기술과 생산 기반에 있다.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와 센서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AI는 이동 경로를 판단한다.

로봇 역시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의 음성인식과 지능형 운전석 기술도 로봇의 대화 기능에 응용할 수 있다.



체리차는 지난해 아이모가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며 자동차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체리차가 개발한 자동차용 지능형 시스템과 생산 기반을 로봇 사업에도 활용해 자동차와 로봇을 하나의 기술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장귀이빙 체리차 부사장 겸 아이모가 사장은 이날 "대량생산과 납품이 가능하고 수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업의 원가 관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체리차는 로봇을 처음 설계하는 단계부터 자동차 부품과 공용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 제품군 사이에서도 부품 규격을 표준화해 공동 구매 규모를 키우는 구조다.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품질관리와 부품 조달 체계도 활용할 방침이다. 주문 물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 조직도 산업화에 맞춰 개편하고 있다. 플랫폼 연구소는 동작 제어와 지능형 인지, 소프트웨어, 전자 하드웨어, 기계 구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6개 분야를 담당한다. 별도의 응용 연구소에서는 공공안전과 산업, 소비자 시장, 교육 등 실제 사용 환경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한다. 이족보행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바퀴형 로봇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시범 생산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로봇 개발을 동작 계획과 제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의 3단계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로봇을 실제 현장에 투입해 운용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율적인 판단과 작업 수행 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이모가의 글로벌 누적 로봇 판매량은 3000대를 넘어섰다. 제품과 서비스는 세계 6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진출했으며 활용 분야는 100개 이상이다.

체리차 관계자는 "로봇 임대사업에도 뛰어들 방침"이라며 "글로벌 로봇 임대 브랜드를 출범해 우후시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해외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우후=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