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1일 19: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패밀리오피스들이 한국의 코리빙(공유주거)과 학생 주거시설, 호텔 등을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매입해 가격 상승을 기다리기보다 전문 운영사와 손잡고 부동산의 수익성을 직접 높이는 투자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탠리 션 TE캐피탈파트너스 전무는 21일 싱가포르 파크로얄컬렉션피커링 호텔에서 열린 'ASK 싱가포르 2026' 부동산 세션 좌담회에서 "한국의 코리빙 운영사와 학생 주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운영 역량을 갖춘 플랫폼에 투자해 다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TE캐피탈은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기업 통엥그룹을 기반으로 설립된 투자회사다.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를 주요 투자 시장으로 삼고 있다. 션 전무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션 전무는 일본에서 추진 중인 코리빙 투자 사례도 공개했다. 도쿄의 우량 임대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차 계약과 운영 방식을 재구성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일반 임대주택의 임대수익률이 연 3% 안팎이라면 적극적인 운영을 통해 연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안정화된 자산을 매입해 임대료 상승과 자본환원율 하락만 기다리는 투자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렌스 탕 아틀리에캐피탈파트너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선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싱가포르와 홍콩 가문이 공동으로 설립한 아틀리에캐피탈은 부동산 투자뿐 아니라 운영 플랫폼에도 투자하고 있다. 탕 CEO는 "한국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운영 플랫폼을 발견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성공의 핵심으로 현지 전문성과 공동투자를 꼽았다. 탕 CEO는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지 시장을 잘 아는 자산운용사나 기업과 협력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 패밀리오피스는 소수 지분 투자에 유연한 반면 싱가포르 투자자는 경영권과 의사결정권 확보를 상대적으로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협력 구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룩 리우 웡 히로오카패밀리오피스 전무는 한국의 호텔 등 숙박시설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아직 충분히 익숙하진 않지만 일본이나 싱가포르 시장과 연계할 수 있는 호텔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오카패밀리오피스는 일본에서 약 25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스키 리조트를 인수해 재개발을 추진하는 등 관광·숙박 분야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웡 전무는 해외 투자에서 장기간 신뢰를 쌓은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투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상대방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계를 쌓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는 규제와 현지 운영 역량 부족이 꼽혔다. 션 전무는 "최근 한국의 주거 관련 규제를 살펴보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위험을 정확히 평가한 뒤 실행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를 진행한 양병우 마스턴APAC투자운용 대표는 싱가포르·홍콩·일본 패밀리오피스의 한국 투자 전략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양 대표는 "한국 부동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 이외 지역의 낮은 인지도와 제한적인 거래 유동성, 잦은 규제·세제 변화 등은 투자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