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 솔리다임 상장 막는 게 기존 주주에게 이로운가

입력 2026-10-21 17:56
수정 2026-10-22 00:23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분리 상장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도 최선의 선택이냐는 것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사업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공장 증설이 미국의 수출 규제로 제약받는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 기반 확충이 절실하다.

SK하이닉스가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솔리다임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별개다. HBM, D램 등 핵심 사업과 비교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미국 기업인 솔리다임이 미국 내 투자를 위해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해외에서도 자회사 상장을 폭넓게 활용한다. 홍콩거래소는 분리상장 제한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프트뱅크의 Arm, 인텔의 모빌아이처럼 인수한 자회사를 상장시킨 사례도 있다. 외신이 전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에 이른다. 분리상장이 기업 재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순이익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비중이 낮더라도 미래 성장 가치까지 작다고 볼 수 없다. 소액주주의 지분 희석과 모회사 주가 할인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문제다. SK하이닉스는 중간 지주회사 격인 AI컴퍼니 지분을 97% 보유하고 있다. 물론 ‘5중 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장 과실이 다른 계열사로 넘어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직접 자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SK가 상장으로 얻는 이익이 기존 주주가 감수해야 할 비용보다 크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중복 상장이라는 잣대만으로 기업의 선택을 섣불리 제약해서는 안 된다.

솔리다임 상장 논란이 기업의 투자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 속도와 자본조달의 유연성이다. 주주 보호를 위한 규제가 주주에게 더 큰 가치를 돌려줄 기회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