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가 급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채 부담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빅테크의 현금흐름과 투자 수익성 관련 리스크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 채권에 연계된 CDS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스페이스X, 오라클 등 7개 기업 채권을 기초로 한 CDS 거래 규모가 지난 7월 주간 평균 20억달러 미만에서 9월 9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CDS는 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졌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 경고 지표로 관심을 받았다.
CDS 거래 급증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 증가와 맞물려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4660억달러(약 617조4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0억달러 대비 네 배 넘게 늘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구입 등 AI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막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CDS를 발행하기 위한 일종의 수수료인 CDS 스프레드도 테크 기업에서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메타의 5년 만기 CDS 스프레드는 이달 1.08%포인트로 올랐다. 이는 1000만달러 규모 채무불이행 위험을 보장받는 데 연간 10만8000달러 비용이 든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CDS 스프레드도 1.01%포인트로 상승했다.
차입 규모가 더 큰 기업의 CDS 스프레드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오라클 CDS 스프레드는 19일 기준 3.22%포인트로 연초 1.44%포인트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CDS도 2.26%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말 거래가 시작됐을 당시 1.10%포인트에서 두 배 이상으로 오른 수준이다. 시장에서 가장 큰 우려를 받는 코어위브는 5년 만기 CDS 스프레드가 약 10.90%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개별 기업 재무건전성에 따라 시장이 위험을 차별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솔루션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위험이 특정 기업과 산업에 집중된 상황에서 CDS는 비교적 저렴한 위험 회피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