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성장세와 혁신 수준이 장기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1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제2회 ‘ASK 싱가포르 2026’에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한국에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유망 투자처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K팝으로 대표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분야를 꼽았다. ◇ 국부펀드·바이오 투자사 “韓에 베팅”옹 루이춘 세비오라 매니징디렉터(MD)는 이날 싱가포르 파크로열컬렉션피커링호텔에서 “설립 초기부터 한국에 공을 들였다”며 “한국은 지금도 매우 중요한 핵심 시장”이라고 말했다. 옹 MD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자산운용사인 세비오라 내 사모펀드(PE) 전담 조직 파빌리온을 이끌고 있다. 파빌리온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아크앤파트너스 등 국내 PEF 운용사 21곳의 펀드 37개에 출자했다. 펀드를 통해 간접 보유한 국내 기업은 600여 곳에 이른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투자로 평가액 기준 원금의 38배 수익을 올렸다.
그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중심지”라고 했다. 탄탄한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장비 제조 역량이 메모리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빌리온은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가치를 일찌감치 꿰뚫어보고 초기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의 자말 아타미미 MD는 “앞으로 아시아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국 투자자와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타미미 MD는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과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K팝 아티스트의 인기가 높다”며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 기회가 있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브지완 코슬라 노보홀딩스에쿼티 아시아파트너는 “혁신을 중시하는 한국은 헬스케어 산업에서 획기적인 발명이 나올 수 있는 잠재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멜라니 텅 피치북 아시아태평양(APAC)담당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싱가포르 거점 투자자의 한국 사모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저평가 해소 열쇠는 지배구조”임유철 H&Q코리아 공동대표는 PEF 제도 21년 역사를 개괄하며 PEF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임 대표는 “국내 PE는 기업 가치 제고와 수많은 운영 개선을 이뤄냈다”며 “대기업 그룹과 가업 승계 문제 등을 겪는 수많은 중견기업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했다. 최근 PEF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가 힘을 모아 대외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심민현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도 최근 국내 PEF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국내 PEF 시장의 ESG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더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며 한국 운용사(GP)도 조만간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ESG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행동주의펀드는 투자 기회를 국내 상장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서 찾았다. 김정은 얼라인파트너스 상무는 “한국에는 소비재, 미디어·엔터, 제조업 등 전 산업에 걸쳐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이 많고 경영진 수준도 미국 등 선진시장에 견줘 매우 높지만, 글로벌 동종 시장 대비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여전히 K-디스카운트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욱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과 자본 배분 전략에서,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와 이사회 보상·구성 체계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송은경/최다은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