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나이인데, 계속 일해요"…70대 129만명 몰린 일자리

입력 2026-10-21 17:57
수정 2026-10-22 03:07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지난 8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차이가 194만원까지 벌어지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 고령층·돌봄 중심으로 급증국가데이터처가 21일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3000명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체 근로자(2252만6000명) 중 비정규직 비중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38.5%에 달했다. 종전 최고치인 2021년 8월 38.4%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정규직은 1만 명 늘어난 1385만5000명에 그쳤다. 전체 근로자 증가분 11만3000명의 91.2%가 비정규직이었다.

유형별로는 계약기간을 정해 일하는 한시적 근로자가 18만7000명 늘어난 603만5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었고, 시간제 근로자는 15만2000명 증가한 438만2000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50.5%)을 차지했다.

고령층과 돌봄·복지 분야가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13만5000명 늘어난 318만 명이었다. 전체의 36.7%를 차지해 규모와 비중 모두 역대 최대였다. 특히 70세 이상 비정규직은 8만5000명 늘어난 129만 명으로, 40대 118만4000명을 10만6000명 앞질렀다. 산업별로는 노인·돌봄 일자리가 몰린 보건·사회복지업이 186만7000명(21.5%)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관광업 호황의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도 비정규직 일자리가 4만3000명 늘어났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층 비정규직은 6만4000명 줄었다. 40대도 2만 명 감소했다. 김락현 데이터처 고용통계과장은 “청년과 40대는 인구가 감소하는 연령대여서 전체 취업자가 줄어든 효과가 있다”면서도 “청년층은 고용 상황 자체가 좋지 않아 비정규직 감소에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감소하며 47개월 연속 줄었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1만7000명)와 고졸(-1만2000명)이 줄어든 반면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13만2000명 늘어난 343만9000명(39.7%)을 기록해 고학력 비정규직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 정규직 월급 처음 400만원 돌파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 격차도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최근 3개월(6~8월)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5만6000원(4.0%) 증가한 405만2000원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만원을 돌파했다. 반면 비정규직은 2만4000원(1.1%) 오른 211만2000원에 머물러 월급 격차는 지난해 180만8000원에서 올해 194만원으로 13만2000원 확대됐다. 사상 최대치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도 53.6%에서 52.1%로 1.5%포인트 하락했다.

김 과장은 “시간제는 전일제 근로가 아니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낮은데 시간제 비중이 큰 60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가 비정규직에서 증가한 점도 임금 수준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30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만원 늘었다.

재직 중 누리는 사회 안전망 격차도 커졌다. 정규직은 국민연금(88.6%)·건강보험(95.7%)·고용보험(93.0%)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이 모두 상승했다. 반면 비정규직은 국민연금(36.5%)·건강보험(53.0%) 가입률과 퇴직급여(45.7%)·상여금(39.2%)·유급휴일(38.4%)·시간외수당(31.1%) 수혜율이 일제히 내려갔다.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임시근로자 비중을 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이 27.5%로 네덜란드(25.8%), 일본(14.2%), 캐나다(11.8%), 독일(11.5%)보다 높았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