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현대자동차그룹,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손잡는다. 현재 5% 미만인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2029년 자체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를 장착한 양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산업통상부는 완성차 및 부품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패키징 기업 등 24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차량용 반도체 원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DB하이텍, HL만도, SK키파운드리, LX세미콘, 텔레칩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TF는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완성차 및 부품 업체는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고, 팹리스는 이들이 제시한 사양에 맞춰 제품을 개발한다.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진출해 생산을 담당한다. 현대모비스와 SK키파운드리, 중소 팹리스 4곳, 지원기관 4곳은 차량용 전력반도체 공정·평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정부는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 지원센터도 설립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엔진과 브레이크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전기차 전력을 배분하는 등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한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자동차 판매량이 훨씬 적어 다품종 소량 생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이 미래 모빌리티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반도체가 자동차 핵심 부품이 됐고, 국산화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12개 과제에 출연금 2957억원을 지원해 국산화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TF 출범식과 함께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을 열고 차량용 반도체 개발 계획 및 성과를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1년 전 포럼 이후 국내 업체들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9건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13종은 개발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9종은 장착할 현대차·기아 양산 차종까지 정해졌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이르면 2029년 출시되는 차량에 들어갈 것 같다”며 “내년부터 해당 반도체를 내장한 제어기들이 차량 초기시험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기업이 좋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혼자 힘만으로는 상용화 벽을 넘는 것이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 기업이 속한 산업 생태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박종관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