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교육 도구마저 중국산이 판친다

입력 2026-10-21 18:29
서울교육청이 구매한 수입 로봇 교구·부품 10개 중 8개가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핵심 부품을 사용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지컬 인공지능(AI) 교육이 중국산 하드웨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특정 하드웨어와 제어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장기적으로 ‘기술 종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윤유진 서울시의원(국민의힘·교육위원회 소속)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교육용 로봇 등 교구·부품 구매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 수량(2473개)에서 제조국가를 확인할 수 있는 2281개 중 외국산은 1236개(54.2%), 국산은 1045개(45.8%)였다.

외국산 중 중국 제품과 중국산 핵심 부품을 사용한 제품은 977개로 79.0%를 차지했다. 분석 대상 전체에서도 42.8%에 달해 국산 비중에 근접했다. 중국산은 주로 마이크로비트(교육용 초소형 단일 보드 컴퓨터), 4축 로봇팔, 자율주행 실습장치 등 학생들이 로봇의 구조와 제어 원리를 배우는 장비에 활용됐다.

구매액도 중국산이 국산보다 많았다. 분석 대상 구매액 16억243만원 중 중국산 제품·부품 사용 제품 구매액은 3억5798만원으로 전체의 22.3%를 차지했다. 국산 구매액 1억6251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수입품 구매액은 14억3992만원으로 전체의 89.9%에 달했다.

중국산 제품이 교구로 활용되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자율주행 올인원 실습키트’라는 같은 품명으로 기재된 국내 S사 제품의 구매 단가는 40만7000원이다. 중국산 핵심 부품을 쓴 L사 제품은 24만2000원으로 40.5% 저렴했다. 여러 학생의 실습 장비를 확보해야 하는 학교들은 값싼 제품을 선호한다.

중국 기업들은 마케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로봇청소기 기업은 관내 학생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분해하고 구조와 작동 원리를 분석하는 리버스엔지니어링 교육을 지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교구 활용이 늘면 국내 에듀테크·로봇 기업이 초기 판로와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할 기회조차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시의원은 “AI 교육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의 로봇 교구 생태계는 중국산에 안방을 내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국산 첨단제품의 첫 구매자가 돼야 한다”며 “단기 가격보다 장기적인 산업 육성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