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유상증자 물량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이 노조는 '회사가 예고한 유상증자 청약 일정을 보류 또는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보내 논란을 빚었다. 일부에서는 "증자에 반대한다면서도 증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챙기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전날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를 열고 '이번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물량을 조합원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우리사주조합 이사회가 배분 기준을 오는 22일 오후 5시까지 의결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사주조합 배정 주식이 모두 실권 처리돼 일반 공모로 넘어간다"고 알렸다. 우리사주조합 이사회의 이번 배분 기준 의결은 이 실권 처리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유상증자 시 신규 발행 주식의 20%는 우리사주 조합에 우선 배정된다. 기업이 유상증자할 때 직원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우리사주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이 덕에 최근 국내에서는 우리사주 물량을 받아 큰 이익을 본 기업 직원의 사례가 여럿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하며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1주당 68만4000원에 배분했는데,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올 7월 당시 이 회사 주가는 100만원 정도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22년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1주당 63만9000원에 배분했고, 이 물량의 보호예수가 풀렸을 때 주가는 80만원 언저리였다. 두 회사의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에 풀린 물량은 각각 약 4000억원, 6000억원어치(발행가 기준)였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5일 '회사가 예고한 유상증자 청약 일정을 보류 또는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감원과 거래소에 보냈다. '노사 교섭이 잘 안 풀리고 있어서 추가 파업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 신호를 투자자에게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자꾸 무리수를 두면 회사의 주가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 피해는 회사와 직원 모두가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