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값에 치이는 청년들…전월세대출 75조 '사상 최대'

입력 2026-10-21 16:59
수정 2026-10-21 17:28


20대와 30대가 은행에서 빌린 전월세대출이 75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으로 청년층이 매매보다 전월세를 택하는 비중이 높아진 데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각종 정책을 내세우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임대료 폭등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이 20대 30대에게 내준 전월세대출 잔액은 7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9조6000억원) 대비 25.3%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2020년 말(4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80% 가까이 늘어났다.

은행권 전월세대출 잔액은 2021년 18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처음 60조원을 넘겼다.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대란이 일어난 때다. 2023년부터 전월세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했고 이듬해 50조원대로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3000억원가량 늘었다가 올 들어선 9개월 만에 15조원 넘게 급증했다.

청년층의 전월세대출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20대와 30대가 은행에서 받은 전월세대출 건수는 70만7000건으로, 지난해 말(58만2000건) 대비 10만건 넘게 늘어났다.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화한 가운데 정부가 투기 차단 목적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등을 억제하는 실거주 중심의 정책을 고집하면서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키고, 임대차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8% 올라 누적 상승률만 8.55%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올 9월 166만1000원으로, 2020년 9월(111만9000원) 대비 48.43% 급증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임차 비중이 높은 2030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청년층의 임차 거주 비중은 82.6%에 달한다. 주거 환경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면적 14㎡(약 4.2평) 등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거처에서 지내며 소득의 30% 이상을 임차료로 쓰는 ‘복합 위기 가구’ 총 11만6882가구 중 20대는 5만5544가구로 47.5%에 달한다. 30대까지 포함하면 54%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20대 복합 위기 가구의 79.5%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청년층의 전월세대출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그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월세 가격 폭등에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급 전격전’을 펼쳐 달라”고 주문하고 있으나, 실제 주택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현 정책으론 부동산 가격 상승, 임대차 시장 공급 절벽, 금리 인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신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규제에만 매달리는 사이 전월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임대료는 치솟아, 결국 자산이 없는 2030 청년들이 빚을 내 버티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말로만 공급을 외칠 것이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실거주 의무를 풀고,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