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韓 반도체까지…日수입액 역대 최대, 무역적자 2배로 [도쿄나우]

입력 2026-10-21 13:45
수정 2026-10-21 13:50


일본의 2026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수입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무역적자가 지난해의 두 배로 커졌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입 비용이 급증한데다 한국산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은 미국산 원유의 대체 조달을 늘리고 있지만, 운송 거리 증가로 수입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가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상반기 수입액은 66조2753억엔(약 55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수출액도 18.4% 증가한 63조4569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전자부품 수출과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수입 증가 폭이 이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조8184억엔(약 23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약 두 배로 늘었다. 일본은 반기 기준으로 11기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갔다. 미국산 원유 수입 6배 급증…운송비 부담 확대무역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은 원유 가격 급등이다. 4~9월 원유 수입량은 5288만㎘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지만, 수입액은 오히려 26.3% 증가한 5조7439억엔에 달했다. 원유 1㎘당 수입 단가는 10만8605엔으로 60% 상승했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일본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372만㎘로 전년 동월 대비 약 6배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동산 비중은 62%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대체 조달에 따른 운송 비용이다. 미국산 원유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일본까지 운송하는 데 45~50일이 걸린다. 운송 거리가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일본의 실제 원유 수입 가격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원유 가격 변동이 일본의 수입액에 반영되기까지 3~3.5개월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21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98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최근 고유가가 내년 초까지 일본의 수입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즈호은행은 "올해는 석유 비축분 방출로 원유 수입을 억제했지만, 내년에는 비축분 방출이 없다면 연간 무역적자가 10조엔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LNG 가격도 50% 급등, 엔화약세 더 심해지나지난 9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5365억엔 적자로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한 10조9723억엔, 수입액은 18.9% 늘어난 11조5088억엔이었다.

특히 한국산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일본의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51.4% 증가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액화천연가스(LNG)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9월 LNG 1t당 수입 단가는 12만3574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 올랐다. 일본은 원유 가격에 연동되는 LNG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상승이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스 수입 가격에 반영된다.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는 식품·제조업의 생산 원가를 높일 뿐 아니라 가계의 전기·가스 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대금을 결제하기 위한 엔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