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16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5.5% 하락했습니다.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며칠 만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제2의 닷컴 버블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2000년 3월 정점을 찍은 뒤 무너진 닷컴 버블과 지금의 AI 투자 열풍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닷컴 시절보다 낮은 선행 PER
주가 수준만 비교하면 지금이 닷컴 버블 때보다 낮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S&P500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술기업 5곳의 평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입니다.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당시 주요 기술기업들의 평균 선행 PER은 약 65배였습니다.
선행 PER은 주가를 앞으로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투자자가 기업의 예상 이익 1달러를 얻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는지 보여줍니다. 이 수치만 보면 현재 주요 기술기업 주가는 닷컴 시절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실제 이익을 내는 대형 기술기업
지금 시장을 이끄는 대형 기술기업들은 실제로 막대한 이익과 현금을 벌고 있다는 점도 당시와 다릅니다.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미 큰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상당 부분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해 왔습니다. 매출 전망과 사업 계획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닷컴 시절 기업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매출과 사용량으로 확인되는 AI 수요
닷컴 시절에는 인터넷 트래픽이 충분히 늘기 전에 통신회사들이 광섬유망을 앞다퉈 깔았습니다. 수요가 투자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다크 파이버’가 대량으로 남았습니다. 월드컴과 글로벌크로싱 같은 통신회사들이 파산한 배경에는 과잉 투자와 부채 부담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AI 서비스 매출과 사용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자료에서 분기 매출이 2분기 116억달러에서 3분기 168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번스타인의 자체 분석에서는 대형 AI 연구소들의 기업용 토큰 사용량이 전 분기보다 최소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닷컴 버블 정점에 가까운 CAPE
AI 붐을 우려하게 하는 지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입니다. 현재 CAPE는 약 41배로, 닷컴 버블 정점에 가까웠던 1999년의 약 44배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CAPE는 현재 주가를 최근 10년간 물가를 반영한 평균 이익과 비교합니다. 시장이 과거 기준으로 얼마나 비싼지를 살펴보는 지표입니다. 다만 단기 주가 방향을 맞히기보다는 장기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을 가늠하는 데 활용됩니다.소수 대형 기업에 쏠린 투자금
소수 기업에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는 현상도 닷컴 버블과 닮았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S&P500 전체의 약 19%에 이릅니다. 몇몇 대형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지수 전체가 상승할 수 있지만, 이들의 이익 전망이나 AI 투자 기대가 흔들리면 시장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투자 열기와 경계론의 공존
AI 투자 열풍을 둘러싸고 과도한 기대와 투기적 매매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싱가포르 콘퍼런스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시장의 모습을 카지노에 비유했습니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실제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앞서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도 시장에 투기적 행동과 과도한 낙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현재 시장을 완전히 형성된 버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버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쟁하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극단적인 투기 국면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AI 주가와 투자 규모를 둘러싼 우려가 널리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위험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버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낙관론과 경계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기술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는 지난주 급락을 ‘황금 같은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투자은행 BTIG는 반도체주가 반등하면 보유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같은 하락을 두고 한쪽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다른 쪽은 위험을 줄일 때로 본 것입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AI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주가와 투자 규모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경계심이 남아 있다는 점은 닷컴 버블 말기와 다른 모습일 수 있지만, 기대가 실적보다 앞서가거나 투자 수익이 예상에 못 미치면 주가 조정은 언제든 커질 수 있습니다.
공급업체와 고객, 금융회사의 연결
닷컴 시절에는 통신장비 업체들이 고객에게 장비를 판매하면서 구매 자금까지 빌려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객사가 어려워지면 장비 매출이 줄고 대출금 회수도 어려워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AI 인프라 사업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칩 공급업체와 데이터센터 기업, 클라우드 고객, 금융회사들이 여러 계약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20억달러를 투자했고, 코어위브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한 컴퓨팅 용량을 최대 63억달러 규모까지 구매할 수 있는 약정도 맺었습니다.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엔비디아는 별도로 SB에너지에 15억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가 임차하는 데이터센터의 건설과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 한도의 신용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보증은 데이터센터가 단계적으로 완공되고 임대가 시작될 때 적용되는 조건부 약정입니다.
이런 약정은 데이터센터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 서비스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지면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임대 수입이 낮아지고, 대출 상환이나 보증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금융회사가 얽혀 있는 만큼 충격이 전달되는 경로도 복잡합니다.이익 증가를 뒷받침하는 AI 지출
AI 투자가 시장 전체의 이익 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AI 관련 기업들이 2027년 S&P500 이익 증가분의 약 78%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AI 설비투자만의 효과를 따로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 AI 기술을 공급하거나 활용하는 기업군이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본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클라우드 기업들의 2027년 AI 연산 투자가 약 1조5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약 1조300억달러가 S&P500 기업들의 매출로 이어지고, 엔비디아가 그중 약 6900억달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내놨습니다. 모
이익 전망이 AI 지출의 지속을 전제로 하고, 그 지출이 차입이나 금융리스 등 외부 자금 조달에 기대게 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투자 확대가 멈출 경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기업의 매출뿐 아니라 이들에게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의 실적 전망도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감가상각과 예상 이익의 신뢰도
기업의 이익이 실제보다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기업은 서버와 GPU의 예상 사용 기간을 정해 매년 감가상각비를 반영합니다. 회계상 내용연수를 길게 잡으면 연간 감가상각비가 줄고, 그만큼 보고되는 이익은 커질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GPU의 경제적 가치가 회계상 사용 기간보다 빨리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다만 기술 세대가 바뀐다고 기존 GPU가 즉시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비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은 효율로 쓰이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선행 PER은 숫자만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달러이고 앞으로 벌 것으로 예상되는 주당 이익이 5달러라면 선행 PER은 20배입니다. 예상 이익이 4달러로 내려가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ER은 25배로 높아집니다. AI 투자가 기대만큼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애널리스트들이 이익 전망을 낮출 수 있고, 그 경우 주가도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된다면 높은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신용시장에서 먼저 나타나는 경고
일부 전략가들은 AI 투자 열풍이 꺾이는 신호가 주식시장보다 신용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들이 높은 금리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거나, 빚을 활용한 투자자들이 마진콜에 직면하면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주문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어위브는 이런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난주 코어위브 채권 수익률은 15%를 넘어섰고,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0월 15일 약 1195bp까지 상승했습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보호를 사는 계약입니다.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기술의 성장과 투자 수익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습니다. 인터넷 트래픽은 늘었고, 인터넷은 경제와 생활을 바꿨습니다. 다만 그 미래를 너무 높은 가격에 미리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습니다. 광케이블은 결국 쓰이게 됐지만, 당시 투자한 기업들이 모두 살아남은 것은 아닙니다.
AI를 둘러싼 논쟁도 비슷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AI가 경제를 바꿀 것인지 여부만으로는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이익이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