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142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해 국회에 보고했지만, 정작 해당 폐기물의 성분과 적치 규모, 처리 방식 등을 확인할 자료는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 시한까지 이미 지난 상황에서 실제 이행 여부를 어떤 근거로 관리했는지를 두고 주민단체가 감사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21일 지역에 따르면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경상북도의 석포제련소 관리·감독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를 이번 주 중 청구할 계획이라고 전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잔재물이다. 2022년 석포제련소에 내려진 통합환경허가에는 이 폐기물을 2025년 말까지 공장 밖으로 모두 옮겨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는 이후 2024년 국회에 제련잔재물 처리 비용으로 142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성분분석 결과와 적치량, 구체적인 처리 방법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관련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대위는 이 부분을 주요 감사 사유로 들고 있다. 처리 기한과 비용까지 제시한 정부가 정작 어떤 물질이 얼마나 쌓여 있었고 실제로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확인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면 감독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재로 이어졌다. 2021년에는 카드뮴에 오염된 지하수가 외부로 불법 배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환경부로부터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환경오염 정화 비용과 관련한 감독도 감사 요구 대상에 포함됐다. 공대위는 영풍이 정화 비용을 부채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등 약 8500억원 규모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204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점을 들어, 정부의 정화 명령 이행 감독이 적절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양오염 조사 역시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게 공대위 측 주장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 전문기관을 통해 석포제련소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하도록 환경부에 의견을 냈지만, 이후 15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경상북도가 발주한 연구용역의 성격이 달라진 과정도 확인 대상에 올렸다.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을 계약했지만, 5개월 뒤 명칭을 '석포제련소 지속가능한 상생전략 및 대응방안 타당성 검토 용역'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액은 8993만6000원에서 1억원으로 늘었고, 용역 기간도 12개월에서 14개월로 연장됐다. 공대위는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던 용역이 '상생전략' 중심으로 변경된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둘러싼 행정심판 결과도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3일 오염토양 정화이행계획서와 지하수 오염자료를 공개하라고 환경부에 결정했다. 제련잔재물 관련 청구는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