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더니…."
일본 정부가 2년간 약 10조엔이 필요한 소비세 감세·지원금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성장 투자와 방위비 확대에 국채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재정 운용이 시험대에 올랐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소비세 감세·지원금 법안 심의에 들어갔다. 중·저소득층 대상 지원금 제도를 포함해 2년간 약 10조엔의 재원이 필요한 정책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재원에 대해 “세수 동향을 살피면서 세출·세입 양면의 재검토를 추진하겠다”며 연말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소신표명 연설에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지만 재원 구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성장 투자·방위비·국채 이자까지 확대재원 제시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감세 외에도 대규모 지출을 요구하는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2040회계연도까지 민관 합계 370조엔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각 부처의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액은 14조엔을 넘었다.
방위비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연말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도 방위 예산은 올해 약 9조엔에서 수조엔 규모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7회계연도 국채 이자 지급 비용은 16조5000억엔으로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국채가 만기를 맞아 더 높은 금리의 국채로 교체되면서 이자 비용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재원으로 상시 지출 감당하나정부가 검토하는 재원은 외국환자금특별회계 잉여금, 잔액이 7조엔에 이르는 기금의 국고 반환, 예상치를 웃도는 세수 등이다. 최근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연평균 6조엔 이상 많았다는 점도 재원 확보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투자와 방위비 증액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 재원까지 마련해야 해 예산 편성의 부담은 크다. 부족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 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엔저와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재무성 간부는 “대규모 세출 증가 정책이 이처럼 나열되면 개별 정책의 재원 유무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예산 전체의 국채 발행을 억제했는지로 재정 규율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시적인 감세 재원은 연말 예산 편성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방위비와 성장 투자의 일부는 상시적인 정책인 만큼 항구적인 재원 확보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기금 재검토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출 삭감에 얼마나 나설지가 재정 운용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